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스테이블 코인 대응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스테이블 코인 에 대한 규제가 약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6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 스테이블 코인 도입 가능성에 대비해 전략 마련과 기술 검토에 나서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전담조직 신설보다는 기존 부서를 기반으로 한 대응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민은행의 스테이블 코인 관련 업무는 AI·디지털 전환(DT) 추진부가 맡고 있다. DT추진부는 AI·DT 그룹 산하 조직으로, 은행의 디지털 금융 서비스와 DT 전환을 위한 전략 수립 등을 담당한다. 현재 약 30여 명의 인원으로 구성돼 있다. 국민은행에는 스테이블 코인을 전담하는 별도의 직무나 조직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국민은행은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추진 방향을 검토 중이지만, 조직 개편 단계는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은행은 정부 가이드라인에 발맞춰 전략적 대응 방향을 모색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스테이블 코인이 금융권 전반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 보고 있다. 특히 기업간거래(B2B) 결제, 해외 송금 등 다양한 경제 활동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JP모건 등 글로벌 금융사들이 스테이블 코인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금융 안정성과 신뢰도 측면에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오픈블록체인·DID 협회 내 스테이블 코인 분과를 통해 관련 기술에 대한 스터디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매달 열리는 세미나를 통해 글로벌 규제 동향과 시장 트렌드를 공유하고, 관련 기술과 운영 사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고객솔루션그룹 산하 디지털솔루션부 내에 가상자산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5명이 해당 업무를 맡고 있다. 신한은행은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해 별도의 조직을 신설하기보다는 기존 팀 내에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필요시 인원 확대는 점진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이 대세가 될 경우, 신한은행은 민간 금융기관의 참여를 통해 중개 절차 축소, 거래 비용 절감 등 운영 효율성이 향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민간이 통화 시스템에 개입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스테이블 코인은 통과 주권과 밀접히 연관된 사안인 만큼, 무분별한 민간의 참여는 시스템 안정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신뢰도가 낮은 주체가 코인을 발행할 경우 제도적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이 논의되고 있다”며 “신한은행은 다양한 사업자와의 협업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디지털전략사업부를 중심으로 스테이블 코인 관련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디지털전략사업부는 총 7명으로 금융·비금융 분야의 다양한 디지털 트렌드와 정책 등에 대한 분석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하나은행은 현재 국내 관련 기업들과의 협업 가능성을 검토하는 한편, 규제 방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등 다각도로 사전 준비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하나은행은 국내 기술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 중이다.
하나은행은 스테이블 코인의 도입을 통해 운영 비용 절감, 신사업 기회 창출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예금 이탈에 따른 은행 수익성 악화, 보안 리스크 등 구조적 위협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해 제도권 내 안정적인 운영 체계 마련이 선결 과제”라며 “단계적 도입과 철저한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업무는 신사업제휴플랫폼부 산하 가상자산 팀이 담당하고 있다. 현재 총 7명의 인력이 관련 업무를 수행 중이다.
우리은행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금융권의 새로운 경쟁이자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은행 예금보다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는 스테이블 코인과 스테이킹 서비스(Staking Service) 등은 전통적인 은행 서비스와 직접적인 경쟁 요소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이 같은 위협을 새로운 성장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농협은행은 디지털전략사업부 내 블록체인 팀 소속 8명이 업무를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오픈블록체인·DID 협회 내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위한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스테이블 코인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전략 수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스테이블 코인이 활성화되면 여수신, 외환, 지급결제 등 은행의 기존 모든 사업 영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 은행과 금융시스템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은행이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명확히 하고, 보다 신속하게 대응한다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