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엔폴리는 식물에서 유래한 나노셀룰로오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연구진이 2017년 창업했다. LG화학, 코스맥스 등과 협력하면서 포스코, 효성, 롯데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주목받았다.
나노셀룰로오스는 식물 세포벽 구성 성분인 셀룰로오스를 수십 나노미터 두께로 분해해 만든 소재다. 강철보다 강하면서도 가볍고 100% 생분해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세계 시장 규모는 2030년 약 1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연평균 성장률이 20%를 웃돈다.
다만 생산 과정에서 균일성, 순도, 재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성능이 들쑥날쑥해 산업용 소재로 사용하기 어렵다. 상당수 해외 기업들도 입자 크기의 불균일성, 품질 편차, 응집 문제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다.
에이엔폴리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독자 나노셀룰로오스 제조 공정을 개발했다. 셀룰로오스를 안정적으로 나노화할 수 있도록 설계돼,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균일한 나노섬유를 재현성 있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노상철 대표는 “로트별 편차가 거의 없을 정도로 일관된 품질을 제공할 수 있어 첨단 산업에서 요구하는 신뢰성을 충족할 수 있다”면서 “수십 나노미터 단위 섬유를 대량으로 균일하게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은 후발 기업이 쉽게 모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창업 초기 포장재와 화장품 원료 등 범용 제품에서 시작해 현재는 이차전지용 수계 바인더와 분리막, 바이오·의료용 세포외기질(ECM) 같은 스페셜티 소재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이차전지용 나노셀룰로오스 바인더는 환경 문제와 독성 한계가 있는 화학물질 기반 소재를 대체하면서 안정적인 배터리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제품으로 관심을 받는다.
회사는 나노셀룰로오스 제조 기술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산업별 요구에 맞는 개질·복합화 기술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차세대 배터리에 적용 가능한 바인더와 분리막 소재를 확보하고, 바이오 분야에서는 동물 유래 소재의 한계를 극복할 식물 유래 ECM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항에 건설 중인 공장이 11월 완공되면 연간 1000톤 이상 나노셀룰로오스 생산능력(CAPA)을 확보하게 된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규모다. 장기적으로 5000톤 이상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북미·유럽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노 대표는 “단순 원료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나노셀룰로오스를 기반으로 포장재·화장품·이차전지·바이오 산업 혁신을 뒷받침할 소재 응용 솔루션까지 제시하는 '소재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면서 “플라스틱, 온실가스, 유해 화학물질 사용 등 난제를 해결할 소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나노 혁신, 미래를 설계하다] 시리즈는 전자신문과 한국나노융합산업협회가 나노기술보유기업확인프로그램을 통해 검증된 국내 유망 기업 10곳을 선정, 혁신 기술력과 성공 사례를 소개한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