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안 하고 잠을 자고 있네?"…헬스장에서 '사는' 中청년들, 왜?

2025-09-11

중국 청년층 사이에서 헬스장을 운동 공간이 아닌 ‘숙소’로 활용하는 신(新) 주거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치솟는 집세와 생활비 부담, 높은 청년 실업률이 맞물리며 나타난 현상이다.

9일(현지시간) 펑파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베이징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20~30대 청년들이 24시간 운영되는 체인 헬스장에 머물며 숙박비를 절감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해당 헬스장의 월 정액 회원권은 지역 제한 없이 모든 지점을 이용할 수 있으며, 비용은 약 200위안(한화 약 3만 7000원) 수준이다.

이에 일부 청년들은 요가 매트를 깔고 헬스장에서 잠을 자거나 샤워 시설만 사용하는 방식으로 생활하고 있다. 직장 근처 지점에서 점심시간에 휴식을 취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한 직장인은 “운동하러 왔다가 그대로 잠든 적이 있다”며 “운동보다 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낮에는 직장 인근 지점에서 쉬고 밤에는 다른 지점으로 옮겨 다니며 잠을 청하는 ‘유목형 생활’로 이어지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를 “높은 월세와 물가, 취업난 등 경제적 압박에 대응하는 청년층의 생존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베이징의 높은 집값은 청년들의 ‘헬스장 주거’ 확산 배경으로 꼽힌다.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도심 원베드룸 월세는 6000~1만 5000위안(한화 약 110만원~270만원)에 달하며, 외곽 지역도 4000~7000위안(한화 약 74만원~130만원) 수준이다. 소형 주택조차 월세가 수십만 원에서 100만 원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청년층이 3만원대 가격의 헬스장 회원권을 대안으로 삼는 것이다.

헬스장 업계는 곤란한 입장이다. 일부 업체는 “운동 중 짧은 휴식은 허용되지만 숙박 목적의 취침은 금지된다”며 매장 내 ‘취침 금지’ 규정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생활비 절감을 위해 헬스장을 사실상 임시 거처로 삼는 청년들이 늘면서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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