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로 능력 중심의 만남이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그 경험이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회고가 적지 않다. 사회심리 연구에서는 사람의 첫인상과 외모가 초기 호감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이러한 흐름은 이미 일본 사회에서 먼저 나타났다. 경제 침체와 장기 불황 속에서 ‘조건보다 외모’를 앞세운 만남이 확산된 것이다.
한국 역시 청년들의 경제적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경기 불확실기에는 외모 관련 지출이 늘어나는 ‘립스틱 효과’가 관찰됐다는 연구들이 있다.
이는 불안정한 사회에서는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보다 현재의 만족을 중시하는 심리가 강해진다는 해석과도 맞닿는다. 행동과학 연구에 따르면 경제적 불확실성은 일부 집단에서 현재지향성을 강화해 즉각적으로 지각되는 요인(첫인상·끌림)의 비중이 커질 수 있다.
또한 외모가 사회적 경쟁력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시장 연구에서는 ‘뷰티 프리미엄(외모 중시현상)’이 관찰되며, 이는 외모가 사회적·경제적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 데이팅 어플 업계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더욱 강화된 최근 사례가 주목을 끈다.
까다로운 외모 심사를 전면에 내세운 데이팅 앱 커넥트(CONNECT)는 출시 일주일 새 1,500명 이상의 가입 신청이 몰렸지만, 일주일에 100명만 가입승인제한을 둬 승인율은 5~7% 수준에 그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를 능력을 우선시하던 과거와 달리, 첫인상·외모 중심의 ‘끌림’이 초기 선택에 더 크게 작동하는 징후로 해석한다.
커넥트 관계자는 “연애의 첫 관문은 결국 ‘끌림’이고, 끌림의 핵심은 첫인상”이라며 “첫 만남에서 외모는 즉각적인 이성으로써의 호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외모 중심 만남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방의 능력만 보고 만나는 시대는 지나갔다. 결국 본능적으로 끌리는 이성을 만나야 관계가 오래 지속된다”며 “첫 만남에서 가장 크게 작용하는 요소가 외모라는 점에서, 더 ‘끌림’ 기반의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 심사 과정을 다른 앱보다 엄격히 운영하는 차별화된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외모가 관계의 지속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첫 문을 열어주는 중요한 열쇠 역할을 한다. 업계에서는 외모를 중시하는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계의 유지에는 외모와 더불어 성격·가치관·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