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인데… 도심개발에 쫓겨나는 관측소

2025-05-22

서울 일 최저기온이 22.3도를 기록하며 5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기예보와 기후 연구에 주축이 되는 기상관측시설이 도심 개발로 인해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주변 건물에 고도 제한을 요구하는 관측시설은 지역 개발을 바라는 주민들에게 미운털이 박힌 지 오래지만 잦은 이동이 기후관측의 정확도를 떨어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서울경제신문이 기상청 자료와 기상자료개방포털에 공개된 ‘관측지점정보’를 분석한 결과 종관기상관측장비(ASOS) 지점 97개 중 25개(25.7%)가 지점 위치를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기상기구(WMO)의 기준(지점 간 직선거리 500m 이상, 해발고도의 차이 5m 이상인 경우)을 적용해도 위치가 이전된 사례가 13건(13.4%)이나 됐다. ASOS는 매일 날씨 현상을 관측하기 위해 동일한 시각에 전국에서 지상관측을 실시한다. 주로 기상관서에 설치된 뒤 기압·기온·습도·풍향 등 요소를 관측한다. 자연재해를 막기 위해 자동 관측하는 방재기상관측장비(AWS)보다 일조·일사 등 요소를 폭넓게 관측하고 기후통계에 활용된다.

문제는 ASOS가 지침 기준 이상으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전하는 경우가 빈번해지며 데이터에 왜곡이 생긴다는 점이다. 기상청 지상관측지침에 따르면 관측장비 이전 시에는 “기존 관측자료와 연속성 확보를 위해 기존 장소로부터 가능한 2㎞ 이내의 관측장소를 선정한다”는 항목이 있다. 그러나 대전지방기상청이 관리하는 천안 ASOS의 경우 2016년 천안천과 인접한 천안시 동남구 신방동에서 병천천과 가까운 동남구 병천면으로 이전했다. 두 지점 간 거리는 약 15.4㎞에 달한다. 광주지방기상청이 관리하는 순천 ASOS도 2011년 순천시 주암면 구산리에서 승주읍 평중리로 이전하면서 13㎞ 떨어지게 됐다.

1918년부터 주택가인 전주 완산구 남노송동에서 관측을 이어가다 2015년 가련산 인근으로 4㎞ 남짓 이동한 전주 ASOS의 경우 시민단체의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관측소가 녹지로 이전한 후 대기온도 측정값이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전북녹색연합은 2017년 “측정 결과 동일한 날씨 상태를 보인 시간대에서 옛 노송동 관측소가 현 가련산 관측소보다 1.2~1.9도 높은 기온을 나타내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전주의 도시 열섬현상은 아직 개선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기상청도 기후관측소를 옮기고 싶지는 않다. WMO에서 정한 기후관측 표준 기간이 30년인 만큼 관측 연속성 측면에서 권장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발 수요를 이겨낼 수가 없다. 관측소 인근이 개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 관측소를 옮겨달라는 ‘민원 폭탄’도 함께 떨어지기 일쑤다. 관측소 때문에 고층빌딩을 세우거나 부지를 활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기상관측표준화법은 관측시설과 주변 관측 장애물 간 거리를 장애물 높이의 10배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ASOS는 35㎡의 면적을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장비이기도 하다.

이상기후가 이어지는 만큼 기상청이 안정적으로 기상관측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기상청은 관측소 이전 전 관측환경을 평가하고 관측장비를 이전한 후에는 1년 이상 비교관측을 수행하며 관측의 균질성을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관측소의 잦은 이전 자체가 데이터에 오염을 만드는 만큼 더 신중해져야 한다는 의미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산불·집중호우 등 극한 기상의 피해는 도시에 집중되는 특성을 보여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면서 “이상기후의 피해를 줄이는 근간은 기상관측을 비롯한 인프라에 있기 때문에 개발 논리로 쉽게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