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기 운항에 있어 위치정보는 생명과도 같다. 비행 중 현재 위치와 고도, 목적지까지의 거리 등은 안전 운항의 핵심 요소로 수백명 승객의 생명과 직결된다. 이러한 정확한 위치정보는 항공기뿐만 아니라 헬기, 드론, 자동차 등 다양한 모빌리티 산업에서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GPS 신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리층이나 대류권의 영향, 위성궤도 오차 등으로 수십미터에 이르는 오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항공 분야에서는 미세한 오차도 치명적일 수 있어 더욱 높은 수준의 정확도와 신뢰성이 요구된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첨단 위성항법 기술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위성항법보정시스템(SBAS), KASS(Korea Augmentation Satellite System)를 구축하고 2023년 12월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KASS는 전국에 설치된 지상기반시설과 정지궤도위성을 통해 GPS 오차를 실시간으로 분석·보정해 항공기에 더욱 정밀하고 신뢰성 높은 위치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항공기는 지상의 항행안전시설에 의존하지 않고 안전한 이착륙이 가능해졌으며 국내 항공안전 수준도 크게 향상되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위성항법시스템은 항공안전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WAAS), 유럽(EGNOS), 인도(GAGAN), 일본(MSAS)이 자체 시스템을 운영 중이며 특히 지형적 제약으로 지상 항행안전시설 설치가 어려운 공항에서 그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대한민국도 KASS를 통해 세계 다섯 번째로 이 대열에 합류했으며 항공기 경로 설정과 이착륙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고 있어 기존 항행안전시설 구축이 어려웠던 소형·도서지역 공항에서도 KASS를 통해 안전한 항공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다.
국토교통부는 서비스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인프라 확충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사에 성공한 항공위성 2호기(무궁화 6A)는 본 시스템과의 연동 시험을 진행 중이며 올 하반기에는 본격 운용이 시작될 예정이다. 위성 운용의 이중화를 통해 비상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KASS는 항공안전 강화에 그치지 않고,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서도 큰 가능성을 지닌다. 드론 배송, 도심항공교통(UAM), 자율주행 등에서 정밀한 위치정보는 필수 요소이며 KASS는 이러한 기술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심 내 드론 운항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지진이나 산불 등 재난 상황에서 구조헬기에 정확한 위치를 제공해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이외에도 해양,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국토교통부는 인터넷망 기반의 KDAS(KASS Data Access Service)도 준비 중이다. KDAS를 통해 고층 건물 밀집지역처럼 위성 신호가 약한 지역에도 KASS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여 위치 기반 서비스 전반의 혁신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늘길을 안전하게 지키는 노력은 단순한 기술적 성과를 넘어, 국민의 생명과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대한민국은 KASS를 통해 세계 최고의 항공안전 수준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앞으로 다가올 교통혁신 시대를 선도해 나갈 것이다.
장동철 항공교통본부장 djang@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