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5·8·9일 가능한 원장님 모십니다. 안 써보신 기계 교육해드릴 수 있습니다.”
“급구!! 근무일 9월 3일, 일급 80만원”
지난 2일 ‘강남인력사무소’라는 이름의 단체카톡방에는 10여분 간격으로 구인광고 글이 올라왔다. 모두 피부미용 의원에서 일할 의사를 구하는 내용인데, 근무 기간이 하루나 2~3일로 짧았다. 대부분 일용직 계약을 맺는 방식과 70~80만원 수준의 일급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2200여명이 속한 이 단톡방에 이날 오후 8~9시 사이 올라온 구인광고만 20여개에 달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집단사직했던 전공의 중 약 60%가 이달 들어 다시 수련병원에 복귀하면서 이들이 사직 기간 일했던 피부미용 개원가에선 구인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피부미용 의원에 취직했던 전공의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초단기 알바 형태로 의사를 구하는 사례가 등장했다.
해당 의료기관에 정식으로 의사면허를 등록하지 않고 근무하는 이른바 ‘비등록 근무’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관행이 지속되면 의료행위의 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부미용 의원의 ‘비등록 알바’ 구인구직은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에 돌아가기 위해 개원가에 사표를 내기 시작한 7월 말~8월 초부터 성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개원가로 쏟아지면서 피부미용 시장이 팽창했는데, 이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면서 늘어난 수요에 대응할 의사가 적어진 영향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피부과 전문의가 새로 개설한 의원은 78곳으로 2023년 44곳 대비 77.3% 급증했다. 일반의(전문의가 아닌 의사 면허 소지자)가 차린 의원 중에도 10곳 중 8곳은 피부과를 진료과목으로 내걸어, 최근 늘어난 피부미용 의료기관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계 관계자 A씨는 “사직 전공의가 개원가에 나와 인력이 늘어나자, 일부 피부과는 시술 예약을 대폭 늘려 수익을 올려왔다”며 “이달부터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워지자, 의사면허도 제대로 확인 안한 채 단기 알바로 돌려막는 곳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 혹은 복귀 전공의나 공보의 중에도 쉬는 날 이런 알바를 하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런 의료행위가 환자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경험이 많지 않은 채로 투입된 일반의는 미용시술 행위에 전문성을 갖추기 어렵고, 면허 비등록 상태로 일하다 혹여 의료사고라도 날 경우엔 책임소재도 불분명해진다. 수도권 종합병원의 피부과 B교수는 “환자 입장에서는 지신이 보는 의사가 누구인지, 진짜 의사는 맞는지 확인도 어려운 상태에 놓이게 된다”며 “이렇게 자본에 의해 의사들이 종속되는 체계로 가면 (의료행위의) 질 관리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교적 낮은 노동강도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피부미용 시장이 무분별하게 커지면서, 필수의료에 대한 의사들의 기피가 심해지는 부작용도 있다. 또다른 수도권 대형병원 C교수 “의사가 사람을 살리는 일이 아닌, 미용 시장으로 쏠리는 건 사회적 낭비”라며 “별도의 피부미용 시술 자격 제도를 신설해, 의사가 아닌 직역에도 시장을 개방하되, 안전성·질 관리는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존에 있던 의사가 자리를 비워 대신 진료할 의사를 고용하는 경우, 그게 하루일지라도 의료기관 개설자는 ‘보건의료자원 통합신고포털’에 신고할 의무가 있다”며 “근무하는 의사 본인도 진료기록부를 사실대로 작성해야 하므로, 본인 명의와 면허번호로 하지 않는다면 비급여 의료행위만 했더라도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