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TV는 이제 방송 대신 유튜브를 크게 보는 기기”

2025-08-24

텔레비전(TV)은 이제 ‘방송을 보는 화면’이 아니라, ‘유튜브를 크게 보는 기기’로 인식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네이티브 세대가, 이제는 거실 TV로 유튜브를 보고 있다. 유튜브는 올해 미국에서 TV의 최다 시청 플랫폼으로 등극했다.

하루 평균 10억 시간 이상이 유튜브에서 소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의 디즈니 방송·케이블·스트리밍 서비스를 모두 합친 시간보다 많다고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닐슨(Nielsen)의 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태블릿과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며 자란 이들이 이제 TV로 옮겨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할리우드는 입지를 잃고 있다는 것.

유튜브는 현재 미국 TV에서 가장 많이 시청되는 영상 플랫폼으로, 다른 TV 서비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유튜브 창작자들은 TV 시청자들을 겨냥해 더 길고, 품질이 더 높은 영상을 제작하며 광고 수익을 끌어올리고 있다. 넷플릭스와 유사하게, 유튜브는 개인화 콘텐츠 추천·에피소드 연속 재생 등 TV 앱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유튜브 본사는 전 세계 1위 영상 엔터테인먼트 공급처다. 하지만, 전통적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모습은 없다고 WSJ은 묘사했다. 인기 프로그램 포스터도, 아이디어를 들고 오는 작가도, 촬영 스튜디오도, 관광객도 없다는 것. 하지만 노트북·휴대폰 영상 혁신을 주도한 유튜브는 이제, 할리우드의 핵심 무대인 TV 시장의 왕좌에 올랐다.

닐슨의 조사를 보면, 유튜브는 올해 초 미국 TV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영상 플랫폼으로 등극했다. 다른 플랫폼과의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미국인들은 이제 휴대폰이나 다른 기기보다 TV에서 유튜브를 더 많이 시청한다. 하루 평균 10억 시간 이상을 본다. 이는 디즈니의 방송 네트워크, 10여 개 케이블 채널, 3개 스트리밍 서비스를 합친 시청 시간을 뛰어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유튜브 창작자들은, 가족이나 친구들이 거실에서 함께 볼 수 있는 장편·고품질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유튜브는 무료 영상 시청 시간을 늘리기 위해 TV 앱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튜브는 이와함께, 월 83달러(약 11만 6100원)짜리의 유료 ‘유튜브TV’ 패키지도 판매한다.

구글이 소유한 유튜브는 미래 엔터테인먼트의 지배를 노리고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단순히 TV 점유율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 크리스천 외스트리엔 유튜브 제품관리 담당 부사장은 “유튜브 앱을 인터넷에 존재하는 모든 영상 콘텐츠의 관문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예를 들어 환상적인 풋볼 선수들의 개인 맞춤 하이라이트 같은 개인화된 피드가 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년간 유튜브는 저비용의 품질 낮은 ‘하우투(How-to) 영상’과 스케이트보드 묘기 등을 제공하는 TV 대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주류 미디어의 최강자가 됐다. 유튜브의 2024년 매출은 542억 달러(약 75조 8095억 4000만 원)로, 디즈니에 이어 글로벌 2위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해당한다. 유튜브 임원들이 앱 디자인이나 알고리즘 추천 방식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세계 대중문화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2010년 TV 진출 당시 유튜브의 인터페이스는 서툴렀다고 WSJ는 밝혔다. 커트 윌름스가 2018년 유튜브 TV 제품 총괄 시니어 디렉터가 되었을 때, 회사의 TV 앱은 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검색할 줄 아는 사람에게만 유용했다. 그 이후로 회사는 TV 앱을 휴대폰 앱과 유사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를 위해, 다음에 볼 것을 추천하는 알고리즘과 구독 및 댓글 기능을 추가했다. 핵심적인 차이점은 TV용으로 설계된 광고 형식, 대형 화면에서 가장 잘 보이는 콘텐츠를 제안하는 검색 엔진, 그리고 리모컨으로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이다.

‘쇼(Shows)’라는 곧 출시될 유튜브 기능은 채널의 다음 에피소드를 자동으로 대기열에 넣을 수 있다. 이는 유튜브 시청자들이 넷플릭스에서 해왔던 것처럼 처음으로 완전한 ‘시즌’을 시청하고 중단한 부분부터 다시 볼 수 있게 해준다. 윌름스는 “이는 유튜브의 ‘기대어 편안하게 즐기는(lean back)’ 사용 사례에 아주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젊은이는 TV의 유투브로 아마추어들이 비디오 게임을 하고, 의견을 말하고, 자신의 사생활 세부사항을 공유하는 것을 기꺼이 본다. 하지만 점점 더 그들은 예전에는 방송이나 케이블 채널에서만 찾을 수 있었던 종류의 프로그램—스케치 코미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토크쇼—도 보고 있다. 씨비에스(CBS)가 스티븐 콜베이트의 심야 토크쇼를 취소하기로 한 결정에서 증명되듯, 방송사의 전통 프로그램은 네트워크에서 사라지고 있다.

유튜브의 ‘굿 미씨컬 모닝(Good Mythical Morning)’은 20년 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출발했다. 이는 옛날식 네트워크 토크쇼와 매우 유사하다. 매주 평일, 사회자인 랫 맥라플린과 찰스 링컨 닐은 서로와 제작진과 농담을 주고받고, 블라인드 테이스트를 수행하며, 기이한 대회에 참여한다.

할리우드는 전통적인 영화 및 TV 제작에서 일자리를 잃고 있다. 반면, ‘굿 미씨컬 모닝’은 도시 외곽의 단지에서 무대, 작가실, 소품 제작 사무실, 인턴을 포함해 약 100명의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사회자들은, “오랜 팬들이 어린 시절 자신의 방에서 혼자 쇼를 보다가, 이제는 자신의 거실에서 배우자나 친구들과 함께 본다”며 “‘아, 내 첫 아파트에서 방금 설치한 이 TV에 유튜브 아이콘이 있네. 여기서도 볼 수 있구나’라는 현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채널은 현재 구독자 1930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이 쇼의 시청은 53%가 TV에서 발생한다. 또한 ‘핫 원스(Hot Ones)’, 다르 맨 스튜디오(Dhar Mann Studios) 등 인기 채널도 TV 시청 비중이 모바일을 추월했다.

튜뷸러 랩스(Tubular Labs)의 조사결과를 보면, 유튜브 시청자들은 최근 2년간 15분 이상 장편 콘텐츠의 시청 시간이 크게 늘었다. 특히 TV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고 있다. 이는 크리에이터들이 장편 영상 제작을 확대하는 동인으로 작용한다고 WSJ는 진단했다. 장편 콘텐츠는 광고 수익도 높기 때문.

유튜브는 광고 수익의 55%를 크리에이터와 나눈다. 특히 영상 중간에 시청자들에게 노출되는 ‘미드롤(Mid-roll) 광고’는 가장 수익성이 크다. 그 결과, 코미디언 퀜린 블랙웰 같은 창작자들은 과거 10~30분짜리 영상을 만들다가, 현재는 1시간 이상 분량의 전문 제작물을 팀 단위로 만들고 있다. 인기 유튜버들은 사실상 ‘스튜디오’로 성장했다.

유튜브의 콘텐츠는 알고리즘이 전권을 쥐고 있다고 WSJ는 밝혔다. 유튜브는 직접 제작을 거의 하지 않는다. 과거 ‘코브라 카이(Cobra Kai)’ 같은 오리지널 시리즈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는 것. 대신 지금은 파라마운트·워너브라더스 같은 기업들이 유튜브 앱 내에서 자사의 스트리밍을 판매하고 있다.

단, 스포츠만은 예외다. 유튜브는 미식축구리그(NFL) 선데이 티켓 독점권을 연간 20억 달러(약 2조 7968억 원)에 사들였다. 시청자에게는 시즌당 378달러(약 52만 8519.6 원)에서 480달러(약 67만 1136 원)를 청구한다. 유튜브는 이제 무료 서비스에서도 일부 NFL 경기를 중계한다. 브라질 축구 대회 독점 중계권도 유튜브가 확보했다. 이는 구글이 스포츠 권리의 막대한 비용을 광고만으로도 충당할 수 있다고 믿는 신호라고 WSJ는 해석했다.

웰스파고 애널리스트들은 “넷플릭스가 젊은 층을 붙잡으려면, 인기 유튜버 20~30명을 5억 달러(약 6991억 원)에 영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창작자들은 “유튜브 채널을 떠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다르 맨 스튜디오의 션 앳킨스최고경영자(CEO)는 “유튜브를 꺾으려 할 필요가 없다. 게임은 이미 끝났다”고 WSJ에 단언했다.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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