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밥상도 앗아간 셧다운···트럼프는 민주당 탓

2025-11-02

미국 연방정부의 기능 일부가 멈춘 ‘셧다운’이 최장 기록 경신을 앞둔 상황에서 저소득층 4200만명에 대한 식료품 보조금 지급이 중단됐다.

미 농무부는 지난 1일(현지시간)부터 ‘보충 영양 지원 프로그램’(SNAP·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미 의회가 예산안을 처리하지 않은 탓에 재원이 고갈됐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가구의 식료품 구매비를 보조하는 SNAP이 중단된 건 1964년 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도입 당시 실물 쿠폰으로 지급돼 ‘푸드 스탬프’로 불리며 현재는 전자카드(EBT)에 지원금이 입금되는 방식이다.

미국인 약 8명 중 1명꼴로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고 있는데, 셧다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경 기조와 여야의 대치 속에 매월 약 100억달러(1인당 약 250∼300달러)가 들어가는 보조금이 끊긴 것이다.

셧다운 초기만 해도 직접적 배경이 됐던 ‘오바마 케어 보조금’(ACA) 지급 여부가 쟁점이었지만, 셧다운 장기화로 SNAP 보조금이 중단되자 당장 장바구니가 가벼워진 저소득층의 ‘밥상 민심’이 정국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뉴욕타임스(NYT)는 SNAP 중단이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삭감하려 했던 정부 기능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불운한 사람들에게 불균등하고 심각한 위험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폴리티코 등은 트럼프 행정부가 약 50억달러의 농무부 비상 자금과 ‘무역 전쟁’을 통해 거둔 관세 수입 계정을 활용할 수 있는데도 이를 실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브룩 롤린스 농무장관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비상 자금은 기본 예산이 승인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면서 “설령 그 자금을 사용할 수 있더라도 11월 한 달의 절반도 충당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SNAP 보조금 지급을 즉각 재개하라는 법원 판결과 관련, 지난달 31일 트루스소셜에 “나는 급진 민주당이 옳은 일을 하지 않고 정부를 재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국인들이 굶주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SNAP 혜택을 받고 있다면 민주당 상원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열도록 촉구하라”며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의 사무실 전화번호를 공유했다.

법원을 향해서도 “SNAP을 합법적으로 지원할 방법을 명확히 해달라”고 촉구하며 “법원이 적절한 법적 지시를 내린다면 군인 및 사법 요원에게 급여를 줬던 것처럼 (SNAP) 자금 지원은 나에게 큰 영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NAP 지급 중단으로 고조되는 셧다운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단기 지출법안(임시예산안·CR) 처리에 반대하는 민주당으로 돌리는 한편, 자신은 명확한 ‘법적 지침’이 없어 SNAP 지급을 늦추고 있다고 한 셈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감세와 지출삭감 조치로 자신들과 부자들의 이익만 챙기고 저소득층의 고통에 눈을 감으면서 도리어 책임을 민주당에 전가한다고 맞섰다. 상원 세출위원회 소속 패티 머레이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그들은 자신들의 친구들과 우선순위를 챙기면서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을 해치려 한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뉴저지 주지사 선거 지원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 와중에도 3억달러를 들여 소위 ‘트럼프 볼룸’으로 불리는 백악관 초호화 연회장을 짓는다고 비난했다.

일각에선 재판부가 SNAP 지급의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오는 5일을 전후해 공화·민주 양당이 극적으로 임시예산안 처리를 타결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시작된 셧다운은 이달 5일이 지나면 최장 기록을 새로 쓴다. 기존 최장 기록은 트럼프 1기 시절의 35일(2018년 12월22일∼2019년 1월25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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