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역대 최장으로 치달으면서 정부 필수 기능이 하나둘 멈춰 서고 있다. 특히 4200만 명에 달하는 저소득층에 대한 식료품 보조금 지급이 중단돼 서민들의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뉴욕 시장 선거를 포함한 미국 지방선거가 4일 치러지는 가운데 미국인들의 ‘식탁 민심’이 표심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농무부는 1일부터 ‘보충 영양 지원 프로그램(SNAP)’의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오바마케어(ACA)’ 보조금 연장 여부를 놓고 여야가 합의에 실패하면서 예산안 처리를 중지한 데 따른 것이다. SNAP은 저소득층 가구에 1인당 약 250~300달러의 식료품 구입비를 보조하는 제도로 미국인 약 8명 중 1명이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와 이민정책 등으로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식품 구입을 위한 지원금까지 끊기자 시민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민층의 이 같은 불만이 4일 뉴욕·뉴저지·버지니아 등에서 치러질 미니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 시장 선거에 출마한 진보 성향의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가 고물가에 시달리는 시민들을 위해 공공 식료품점과 무료 버스 등을 운영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당내 경선에서 패한 앤드루 쿠오모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추격전을 펼치고 있지만 민심은 맘다니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장 최근인 10월 24∼28일 실시된 폭스뉴스의 여론조사를 보면 맘다니 후보의 지지율은 47%로 쿠오모 후보(31%)와의 격차를 16%포인트로 벌리고 선두를 유지했다. 이런 가운데 사전투표율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가 뉴욕시 선거위원회 자료를 확인한 결과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진행된 사전투표에는 총 73만 5000명이 참여했다. 대통령 선거가 아닌 선거에서 진행된 사전투표 중 역대 최고 투표율이라고 NYT는 전했다. 퇴임 후 대외 활동을 자제했던 민주당 출신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맘다니 후보에게 전화해 그를 격려했으며 선거 승리 시 자신이 조언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번 선거는 내년 11월 치러질 중간선거의 향배를 점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여론조사상으로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세는 팽팽하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 여론조사 전문 회사 입소스가 지난달 24~28일 미국 성인 27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간선거를 실시한다고 가정할 때 민주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46%로 공화당 지지 응답(44%)과 박빙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공화당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SNAP이 중단되기 전날 밤인 지난달 31일 ‘위대한 개츠비’를 주제로 한 호화 핼러윈 파티를 열어 논란을 빚었다. 백악관과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열린 파티의 주제는 ‘작은 파티 한번 한다고 아무도 죽지 않는다(A little party never killed nobody)’였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X(옛 트위터)에 “트럼프가 미국인 4200만 명의 SNAP 혜택이 사라지는 도중 ‘위대한 개츠비’ 파티를 열었다”며 “그는 당신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반(反)트럼프 여론은 2021년 1월 국회의사당 폭동 직후 가장 높다. 지난달 24~28일 WP가 성인 남녀 2725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9%는 트럼프 대통령을 반대했고 찬성한다는 답변은 41%에 그쳤다.



![[사설] 막 오르는 예산 심사, ‘밀실’ 벗어나 민생에 초점 맞춰야](https://img.segye.com/content/image/2025/11/02/20251102510656.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