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태풍 ‘갈매기’ 사망자 최소 150명···“홍수 관리 6500억 예산 어디 썼나”

2025-11-06

필리핀 중부와 남부를 강타한 제25호 태풍 갈매기(필리핀 명칭 티노)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150명으로 늘어났다.

필리핀 매체 래플러는 6일 오후 기준 태풍으로 인한 사망자가 15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희생자 중에는 구조 작업을 벌이다 헬리콥터가 추락하며 사망한 필리핀 군인 6명도 포함됐다.

세부주에서는 가장 많은 99명이 사망했으며 보홀, 안티케, 카비스, 일로일로, 레이테 등 10곳 지역에서 희생자가 나왔다. 지난해 화산 폭발한 칸라온산에서는 폭우에 쓸린 화산재 더미가 인근 마을을 덮쳤다. 칸라온산이 있는 네그로스섬에서는 최소 30명이 숨졌다.

필리핀 민방위청은 같은 날 오전 태풍 실종자는 127명이라고 밝혔다.

태풍이 전신주와 송전탑 등을 파손하면서 서쪽 잠보앙가부터 동쪽 카라가에 이르는 지역의 140만 가구는 정전을 겪기도 했다.

파멜라 바리쿠아트로 세부 주지사는 최근 제기된 국가 홍수 관리 사업 부패 스캔들이 태풍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그는 ABS-CBN과의 인터뷰에서 “(세부주에 할당한) 홍수 조절 프로젝트 예산이 266억필리핀페소(약 6536억원)인데 왜 여기서 끔찍한 폭발성 홍수가 일어났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달 필리핀에서는 고위 관료가 업체들과 짬짜미해 홍수 관리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전국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가 일어났다. 필리핀 재무부는 2023년~2025년도 관련 예산 70%인 약 4787억필리핀페소(약 12조원)의 예산이 빼돌려진 것으로 추산했다.

바리쿠아트로 주지사는 또 세부주 당국이 태풍 발생 이후 현장 검사에 나선 결과 정부 안전 기준에 맞춰 지어진 건물이 단 하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필리핀에서 빈민층은 노후화된 가옥을 제대로 고치지 못하거나 정부 안전 기준에서 벗어난 무허가 집을 짓고 살고 있다. AFP통신은 태풍이 휩쓴 세부주 탈리지 지역 강변에서 한 주민이 집을 잃고 시멘트와 모래를 섞어 집을 다시 짓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아직 돈이 없어서 (집 짓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몇 달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자정쯤 필리핀에 상륙한 갈매기는 이날 오전 12시30분쯤 필리핀해상에서 벗어나 베트남으로 향했다. 시속 118km에서 184km에 달하는 이 태풍이 불어닥친 기간 세부시에는 24시간 동안 183mm의 폭우가 내렸다. ‘갈매기’는 북한이 세계기상기구(WMO)에 제출한 태풍 이름이다.

필리핀은 북서 태평양에서 만들어지는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에 있고,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매년 수백에서 수천 명이 사망한다. 태풍 하이옌이 상륙한 2013년에는 6300여 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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