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웰푸드, 오는 8월 중 ‘직무기반 HR 제도’ 전면 도입 계획
위기 속 그룹 모태부터 쇄신…직무 중요도·기여도 따라 보상
전문성 높여 생산성 향상 노림수…기준 모호성에 일부 반발도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롯데그룹이 인사제도 개편을 통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낸다. ‘그룹 모태’인 롯데웰푸드에 직무급제를 전면 도입하면서 업무 효율화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만성적인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내부 쇄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롯데웰푸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르면 8월께 ‘직무기반 HR 제도’를 전면 도입할 예정이다. 롯데그룹 식품·유통 사업군 중 직무기반 HR 제도가 도입되는 것은 롯데웰푸드가 첫 사례다. 롯데웰푸드의 전신인 롯데제과가 ‘롯데그룹의 모태’로서 지니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롯데웰푸드를 일종의 ‘테스트베드’로 삼아 발판을 다진 후 추후 다른 식품·유통 계열사로도 제도를 확대할 전망이다.
롯데웰푸드는 이와 관련해 현재 임직원 과반수 동의를 얻은 후 고용노동부에 취업규칙 변경 신고를 마친 상태다. 고용노동부 허가를 받으면 오는 8월 중으로 새 인사제도 도입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그룹 식품사업군에서 롯데웰푸드는 ‘형님’ 계열사로 꼽히는데, 새로운 제도 등 변화가 있을 때면 롯데웰푸드에 먼저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다른 계열사들은 롯데웰푸드가 추진하는 방향성을 본 뒤 차근차근 제도 도입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직무기반 HR 제도’는 이른바 ‘직무급제’로 알려진 인사제도다. 근속 연수나 직급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기존 제도와 달리, 담당 직무의 중요도 및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화되는 구조다. 직무 가치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차별적 보상체계를 통해 업무 생산성을 강화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롯데가 도입하는 방식은 직무급제와 성과급제를 합친 구조로 알려졌다. 전체 직무를 핵심과 비핵심으로 세분화하고 직무 가치, 전문성 등에 따라 1에서 5까지의 레벨(level)로 분류하는 형태다. 직무별 레벨에 따라 기본급이 차등 적용되고, 여기에 개인 인사평가에 따른 성과급이 더해진다. 비핵심 직무라 해도 높은 인사평가를 받는다면 성과급을 통해 기본급 차이를 만회할 수 있는 식이다.
롯데는 직무기반 HR 제도 도입과 함께 근무 기간에 따라 사원, 대리, 책임(과장), 수석(차·부장)으로 승진하는 직급제를 폐지할 예정이다. 조직 내 수평적 관계를 강화하고 공정한 보상체계를 통해 ‘일하는 문화’를 구축한다는 취지다. 롯데는 보수적·경직적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과거 기업문화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꾸준히 변화를 시도해 왔지만, 여전히 다른 기업과 비교하면 성과에 따른 보상체계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만성적인 위기’ 극복을 위해 보다 근본적인 내부 쇄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 역시 지난 VCM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의 직무 전문성을 강화하고 성과중심의 인사체계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롯데 계열사 내 직무급제 도입은 점차 확산하는 추세다. 앞서 롯데는 롯데바이오로직스·대홍기획·롯데이노베이트 등 계열사에 직무급제를 도입했다. 이달 1일엔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 일부 사업 부문에도 직무급제가 적용됐다. 다음달 롯데웰푸드까지 제도 도입을 마치면 직무기반 HR 확산에 보다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임직원들의 반발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로 롯데웰푸드가 실시한 ‘직무 기반 HR 인사 제도’ 동의 절차에서도 전체 구성원 2073명 중 1174명(56.6%)의 동의를 얻는 데 그쳤다. 임직원 절반 가까이가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셈이다. 비핵심 부서로 분류되면 사실상 기본급에서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데, 업무별로 중요도나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당초 롯데웰푸드와 함께 직무급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롯데백화점도 현재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한 롯데 계열사 관계자는 “계열사마다 사업 성격과 추구하는 방향성이 다르다 보니, 내부적으로 직무에 대한 가중치를 어떻게 정할지 모호한 부분이 많다”면서 “먼저 제도가 도입된 계열사들에서 제도가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뒤에야 다른 계열사들도 제도 도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