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재편해 성장 동력 확보"···지주사 성공 방정식 바뀐다

2025-07-21

상법 개정과 맞물려 국내 자본시장에서 지주회사를 향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와 주주 권익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제도 개선이 가속화하면서 투자자 사이에서 '지주사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단순한 '지분 관리자'가 아니라 보유 포트폴리오의 최적화, 산업 간 시너지 창출을 통해 실질적인 기업가치를 높이는 회사가 높은 점수를 받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산업 구조와 시장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복수의 사업 부문을 보유한 지주회사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효율적인 거버넌스가 기업 생존의 핵심인 것은 물론, 지주회사의 역량에 따라 단일 기업구조보다 훨씬 강력한 생존·성장의 토대를 만들 수 있어서다.

"포트폴리오 조정, M&A도 지휘"···버크셔 해서웨이의 '적극적 경영' 주목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20세기 중반부터 지주사의 '적극적 경영'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국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대표적 사례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섬유 기업에서 출발했지만, 워렌 버핏이 인수한 이후 자율적 운영과 자본 재배분을 통해 보험·철도·식음료 등 다양한 산업을 통합 관리하는 지주회사로 탈바꿈했다. 자회사의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들여다보면 버크셔 해서웨이의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과 운용 방식은 ▲자회사 소유 ▲분권형 경영 ▲전략적 자본 배분의 세 가지로 나뉜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보험, 에너지, 철도, 식음료 등 여러 산업의 자회사를 직접 소유하면서도, 각 회사의 자율성과 책임을 보장하는 분권형 경영 전략의 토대를 만들었다. 자회사에 실질적 경영 권한을 부여하되, 자본 배분과 대규모 전략적 결정에 대해서만 본사가 관여하는 식이다.

한국의 지주회사와 다른 점은 포트폴리오 재편을 직접 조율한다는 데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수익성과 성장성이 높은 기업·산업에 대한 대규모 인수합병(M&A)·투자에 과감히 나선다.

디지털 기업으로 '기사회생'···히타치 성공 사례도 재조명

위기를 딛고 부활한 히타치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8조원을 웃도는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벼랑 끝에 내몰렸으나, 15년에 걸친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태세를 정비했고 다시 본궤도에 진입했다.

히타치는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사업의 중심 축을 제조업에서 서비스로 옮겼다. 22개에 달하던 상장사를 정리하고, IT 분야에 집중하고자 비핵심 사업을 매각했다. 이 때 이뤄진 M&A만 30건이 넘는다.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때는 리밸런싱과 리스트럭처링(사업 재구축)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데, 히타치는 단순히 포트폴리오를 매각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신사업을 통해 정체성을 바꾼 케이스로 꼽힌다.

"밸류체인 묶어 성장 시너지↑"···SK·두산·한화 리밸런싱 주목

한국에서도 지주회사의 포트폴리오 재편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움직인 회사는 SK다. 2024년부터 대대적 리밸런싱을 이어온 SK는 지난 3월 SK스페셜티 지분을 2조6000억원에 매각했고, '기업가치 5조원'의 SK실트론 지분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성장이 더딘 산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한편, 각 산업간 밸류체인을 묶고 성장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게 SK 전략의 핵심이다. 지난 5월에는 사내독립기업인 SK머티리얼즈와 SK C&C가 보유한 반도체 소재, AI 인프라 사업을 각각 SK에코플랜트와 SK브로드밴드에 집중시켜 중복 사업의 비효율을 걷어냈다.

두산과 한화도 주목받고 있다. 두산은 최근 몇 년간 ▲클린에너지 ▲스마트머신 ▲반도체·첨단소재 3대 부문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 중이며, AI·수소·가스발전 등 차세대 신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한화는 건설 부문의 ▲해상풍력 ▲글로벌 플랜트 사업을 한화오션에 양도하고, 태양광 장비 부문을 한화솔루션에 이관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계열사·자회사 역량 집중에 한창이다.

재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포트폴리오의 성장성과 수익성 그리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의 지속적인 노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새로운 시대에는 산업 간 융합 기회를 발굴하고 시너지를 창출하는 능력이 지주회사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지속된다면 지주회사의 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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