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패권 경쟁 치열… 한국, 미·중에 뒤처져
정부도 공감대… "데이터 자유롭게 활용 가능해야"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AI(인공지능) 패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한국은 여전히 각종 규제들이 AI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업계에선 이재명 정부가 'AI 3대 강국' 도약을 제1호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관련한 규제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AI 기술력은 경쟁국인 미국과 중국에 비해 AI 모델 개발, 인재 확보 등에서 아직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가 발간한 'AI 인덱스 2025' 보고서에 따르면 AI 모델 개발 부문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2024년 발표된 '주목할 만한(Notable) AI 모델' 가운데 한국산 모델은 1개에 그쳤으나 미국은 압도적인 1위(40개)였으며 그 뒤는 중국(15개)이 차지했다.
한국은 AI 인재 유출도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AI 인재 이동 지표에서 한국은 -0.36을 기록했다. 국내 유입보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인재가 더 많다는 의미다. 반면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들은 플러스(순유입)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23일(현지시간) 규제 완화 등에 초점을 맞춘 'AI 행동계획'을 발표하자, 국내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는 한국의 AI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한국이 데이터 규제에 갇혀 뒤처지는 동안 주요 경쟁국들은 AI 패권을 잡기 위해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는 점을 역설하며 '데이터 활용 규제 해소'가 우선돼야 한다고 호소한다.
◆ 류제명 "데이터 규제 혁신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서울 SW 마에스트로 연수센터에서 AI·데이터 기업 및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AI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데이터 활용 규제 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류제명 제2차관 주재로 열린 이번 간담회에는 송상훈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도 함께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각종 데이터 활용 규제가 스타트업의 데이터 확보에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과 공기업들이 보유한 신뢰성 높은 데이터와 공공 저작물, 또 AI 모델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필요한 원본 데이터 등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길을 터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선 발제를 맡은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데이터 편중 △산업별 규제 장벽 △경직된 데이터 보호법 등 '3대 문제'로 인해 국내에는 빅테크 기업이 성장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LLM) 개발이 미국과 중국에 비해 뒤처진 현실에 직면했으며 이는 AI 경쟁력의 심각한 저하로 이어진다고 비판했다.
구 변호사는 또 한국은 공공과 민간에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는 단일 법체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법 개정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ICT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글로벌 표준에 맞는 합리적 규제를 실증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 자리에 참석한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국내에서 수능·교과서 데이터 등 중요한 원자료 확보가 합법적으로 어렵다"며 "선사용 후 협의 방식을 도입해 데이터 활용을 할 수 있게 제도적 뒷받침을 해주면 당장에라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홍섭 마음AI 대표는 "개인정보 규제 체계 차이로 AI 강국인 미국에선 데이터 확보가 우리나라보다 원활하다"며 "국내에선 단기적으로 시행령 중심의 유연한 규제 완화 적용과 스타트업 대상 소송 리스크 보증보험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 같은 현장 목소리를 들은 류제명 차관은 데이터 활용 규제 해소가 AI 경쟁력의 핵심 과제라는 데에 공감하며 "한두번의 토론회로 끝낼 일이 아니라 끝까지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류 차관은 "AI 경쟁력 확보에는 GPU 등 컴퓨팅 자원, 우수 인재, 데이터라는 3대 필수 요소가 있다"며 이 중에서도 "데이터는 원유와 같은 존재로 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야 모델 개발과 AI 서비스가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특히 류 차관은 미국의 'AI 액션 플랜'을 언급하며 "미국 역시 AI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로 '규제 완화 제거'를 꼽고 있다"며 "데이터 관련 규제만을 언급한 것이 아니라, AI 기술 전반의 규제 혁신을 예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역시 데이터와 관련된 각종 제약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AI 기술 고도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류 차관은 "AI의 경쟁력은 대량의 고품질 데이터를 얼마나 쉽게 확보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는 만큼, 새 정부에서도 데이터 규제 혁신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구체적인 정책 과제를 발굴하고, 규제 샌드박스 등 현장에서의 실증을 통해 단계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나갈 계획이며, 국가AI위원회를 중심으로 관계부처와 협력하여 데이터 규제 혁신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