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 배상 신청해도 하세월···UN 지적에도 해결 요원

2025-12-31

어린 시절 해외에 입양된 한국출신 입양인이 국가에 배상을 신청한 지 4개월이 지나도록 결론이 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배상법은 4주 이내에 모든 절차를 마치고 결론을 내야한다고 규정하지만 사건 처리는 기약없이 지연되고 있다. 피해가 이미 확인된 입양인들은 소송 없이 신속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3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고등검찰청 서울지구배상심의회는 해외입양인 김유리씨(53)가 지난 8월22일 낸 배상신청에 대해 이날까지 결론을 내지 않았다. 김씨는 11살이던 1983년 부모의 이혼 등으로 고아원에 맡겨졌고 이듬해 동생과 함께 프랑스로 건너갔다. 김씨는 프랑스 한 시골 마을에 사는 부부에게 입양됐는데 양부는 김씨를 성적으로 학대했다고 한다. 김씨는 “정부가 입양 전 적합한 양부모를 찾는 것도 하지 않았고, 입양 후에 사후 관리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법무부·보건복지부 등에 정보 공개 청구를 해 자신의 입양 과정을 살펴봤는데 그 과정에서 발급된 모든 문서가 조작됐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진화위)는 지난 3월 김씨에 대해 ‘해외입양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국가배상법은 배상신청을 받은 때로부터 4주 이내에 증인신문, 감정, 검증 등 증거조사를 한 뒤 배상금을 지급할지를 결론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서울지구배상심의회는 지난 9월 신청 접수 직후 “국가배상신청이 다량 접수돼, 배상 여부 결정까지 6~12개월 소요되고 있다”며 사건 처리가 지연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앞서 지난 10월22일 ‘유엔 인신매매 특별보고관’ 등 3명의 특별보고관은 한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해외입양 피해를 본 이들이 효과적인 구제책을 찾기 어렵고, 진실 규명·배상 등 권리가 침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대표적 사례로 절차 지연을 꼽았다.

배상이 지연되는 가장 큰 원인은 관련 법률 미비다. 진화위에서 인권침해를 인정해도 곧 국가 배상으로 이어질 근거가 없다.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3기 위원회를 위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전부개정법률안에도 ‘국가는 피해 배상·명예회복을 위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선언만 들어가 있을 뿐이다. ‘배상 또는 보상의 기준, 범위 및 종류에 관해서는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정해져 있고, 배상 관련 법안은 발의되지도 않았다.

김씨 등 해외입양 과정에서 인권 침해를 겪은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진실규명결정을 통해 국가책임이 확인된 상황에서 피해자들을 국가배상소송으로 내몰지 않고 신속한 배상을 도모할 수 있는 제도로 활용돼야 한다”며 “진화위 진실규명 결정과 연계해 실질적이고 신속한 배상이 이뤄질 수 있게 하는 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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