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법조인·남성, 그들만의 리그
특정 성별 60% 초과 안 되는데…
12기 현직 7명 중 6명이 남성 위원
전체의 절반 가까이가 법률 전문가
차관급 상임위원 경찰 출신이 독식
모든 위원 대통령이 임명
친정권 인사 포진… 정치 중립 무색
본래 취지인 시민 의견 청취 의구심
정원 확대·추천권 국회 등 분산 필요

“경찰청뿐 아니라 시·도청 소관 위원회의 경우에도 균형감 있는 위원 성별 구성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
2023년 12월4일 국가경찰위원회(국경위) 정기회의에서는 한 위원이 ‘경찰청 소관 위원회 성별 참여 현황’ 보고를 받고 이같이 당부했다. 2022년 2월21일 열린 회의에선 ‘경찰 미래비전위원회 추진배경 및 운영방향’을 다루면서 한 위원이 특정 성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이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며 “향후 공석이 생기는 등 기회가 있으면 필수적으로 고려해달라”고 했다.
국경위 회의록 곳곳에서 이처럼 경찰 소관 위원회에 대해 ‘성별 균형’을 주문한 기록이 확인된다. 그러나 정작 국경위는 관련 법에 ‘특정 성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도 지키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현직 위원만 해도 여성이 단 1명일 뿐 나머지 6명은 모두 남성이다.
치우친 건 ‘성’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위원 중 40%가 넘는 법조인·법학 교수 등 법률 전문가 비중이 국경위 기능을 왜곡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국경위 회의가 법령 조문 자구 수정에 매몰되는 게 법률 전문가 위주의 국경위 구성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절반 가까이 법조인·법학 교수
4일 1∼12기(현직) 국가경찰위원회 위원 91명의 경력을 분석한 결과 법조인·법학 교수를 포함한 법률 전문가로 분류되는 인사가 39명으로 42.9%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직인 12기 위원 구성만 봐도 판사 출신 2명(윤용섭 위원장·박형명 위원), 검사 출신 1명(이효원 위원) 등 3명이 법조인으로, 전체 위원(7명) 중 절반 가까운 수준이었다. 직전 11기도 마찬가지로 변호사 2명(김호철 위원장·하주희 위원), 법학 교수 1명(김연태 위원) 등 3명이 국경위 활동을 했다.
법률 전문가가 절반을 넘는 때도 있었다.
2015∼2017년 운영된 9기의 경우 판사 출신 2명(송진현 위원장·조홍식 위원), 검사 출신 1명(한희원 위원), 변호사 1명(정주교 위원) 등 법률 전문가가 무려 4명이나 위원으로 활동했다.
경찰법은 국경위 구성과 관련해 ‘위원 중 2명은 법관 자격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긴 하지만 대개가 이보다 많은 법률 전문가를 포함시키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경찰학회장를 지낸 이상훈 대전대 교수(경찰학)는 “경찰 업무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경찰은 시민 인권을 보장하고 봉사하는 조직이다. 법원·검찰과 달리 비법률적 사실행위가 70∼80%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법률 전문가 구성은 법이 정한 기준 이상으로 이행하고 있지만 성별 균형 조항(특정 성 60% 이하)에 대해선 제대로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
전·현직 위원 91명 중 남성은 79.1%(72명)인 데 비해 여성은 20.9%(19명)에 그쳤다. 성별 균형 조항이 경찰법에 들어와 시행된 2021년 이후 국경위 구성에 한정해도 남성 비중은 78.6%(11명), 여성은 21.4%(3명) 수준이었다.

◆노골적 친정권 인사도…“추천권 분산”
국경위 구성에 있어 사실상 ‘관례’로 굳어진 게 경찰 출신 인사의 상임위원 독식이다.
실제 초대 국경위부터 현직까지 위원회 내 한 자리뿐인 차관급 상임위원은 모두 경찰 고위직을 지낸 인사가 맡았다. 현재 상임위원인 김정석 위원도 경찰 재임 시절 경찰청 차장과 서울경찰청장을 역임했다. 최종술 동의대 교수(경찰행정학)는 “국경위 취지 자체가 시민 의견을 경찰 활동에 반영하겠다는 것인데 실질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임위원을 경찰 고위직 출신 인사가 독식하게 하는 건 위원회 운영을 경찰이 좌지우지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우리나라 국경위와 유사한 일본 국가공안위원회는 경찰법에 ‘경찰 또는 검찰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없는 자’ 중에서 임명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일본 공안위는 우리 국경위와 달리 전문적인 법령 등에 대해 직접 의결하진 않는다”며 “경찰 출신이 상임위원을 맡는 건 전문성 확보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상임위원을 포함해 전 위원은 행정안전부 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러다 보니 경찰의 정치 중립을 확보해야 할 국경위에 노골적인 친정권 성향 인사가 포진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현직인 윤용섭 위원장만 해도 선출 당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탄핵심판을 대리한 인사다. 박형명 위원은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 선언에 참여했다. 박 위원은 위원 임기 중인 올 2월 국회 소통관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헌법재판소를 비판하는 ‘졸속·편향 재판, 헌법을 파괴하는 헌재 아웃’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국경위 정원을 늘리고 추천 권한 일부를 국회·대법원 등에 나눌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오는 건 이런 문제를 일부나마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상훈 교수는 “현 위원 임명 절차가 정치 편향을 가져올 수밖에 없고, 위원회 3년 임기 도중 정권이 바뀌면 새 정부가 국경위를 ‘전 정부의 위원회’라 여겨 무력화하는 시도가 그간 반복돼 왔다”며 “위원을 국회에서 여야 추천과 합의로 임명하는 걸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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