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저녁 서울 강남에 위치한 새마을식당. 단체 손님이 한창일 시간인데도 점포 곳곳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계산대를 지키고 있던 점주는 “작년만 해도 백종원 대표 인기 덕을 좀 봤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며 “벽에 있던 (백 대표) 사진도 다 뗐다”고 말했다.
수익 악화가 불러온 가맹점 갈등
생계형 자영업자의 보루로 꼽혔던 프랜차이즈 업계가 경기 침체와 맞물려 내홍을 겪고 있다. 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가맹본부와 점주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다.
빽다방, 홍콩반점, 새마을식당 등 22개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더본코리아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의 가맹 브랜드 중 하나인 연돈볼카츠 점주들은 지난해 6월 더본코리아를 가맹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계약 당시 본사가 월 매출 3000만원, 수익률 20~25%를 보장했지만 실제 매출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더본코리아 측은 구체적 매출과 수익률을 약속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최근에는 백 대표가 구설에 오르며 다른 브랜드까지 역풍을 맞았다. ‘빽햄’의 돼지고기 함량 미달 논란, 원산지 표기 오류, 방송 갑질 의혹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다른 소비자 불매가 확산됐다. 더본코리아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던 지난해 11월, 5만1000원대였던 주가는 14일 현재 2만7850원으로 반토막 났다.
백 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점주들의 (힘든) 상황을 빨리 타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석 달 동안 300억원을 마케팅과 점주 지원에 사용할 것”이라며 “고객이 한 번이라도 더 방문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목표이고, 점주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 힘 믿었는데…”

브랜드의 힘을 믿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지만 결국은 브랜드와의 관계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 공급품 가격, 광고·마케팅비 분담, 예상 매출액 등 대부분 이익과 얽힌 문제다. 연돈볼카츠 외에 설빙, 요거프레소 등의 점주들도 예상 매출액으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대표적인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인 메가MGC커피와 컴포즈커피는 각각 축구선수 손흥민, BTS 뷔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점주에 비용을 전가했다는 논란을 빚었다. 메가MMGC를 운영하는 앤하우스의 광고 선전비는 2022년 37억원에서 2023년 125억원으로 3배 증가했다. 2022년 8월 손흥민 선수를 모델로 기용한 이후 앤하우스는 가맹점주들과 광고비를 50%씩 분담했다. 컴포즈커피 역시 2023년 뷔를 광고모델로 발탁하며 광고비 60억원 중 20억원을 점주들에게 분담시켰다.
법 개정에 무게 실릴까
이런 가운데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지정되면서 변수로 떠올랐다. 가맹사업자단체에 등록제를 도입하고, 프랜차이즈 사업자가 이들 단체와 협상하지 않을 경우 행정 처분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업계에서는 개정안이 내년 1분기에는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개정안 통과시 가맹점주들은 협상력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를 걸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측은 “전에는 본사가 협상 요청을 무시할 경우 강제할 수단이 없었다. 공정거래위원회 분쟁 조정 신청까지 진행해야 해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반면 프랜차이즈 업계는 우려가 크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외식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이 10개도 안 되는 소형 업체”라며 “전통시장을 살리려다 효과 없이 대형마트만 피해를 본 ‘유통산업발전법’과 같은 꼴이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편의점 업계도 다급해졌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가맹점주 단체가 여럿 등장해 각종 주장이 난립할 우려가 있다”며 “개정안을 다시 살피고 필요한 부분을 보완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