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국내 농가서 지구력 뛰어난 경주마 사육됐으면”

2025-05-27

“외국산 말은 지구력에서 강점이 있습니다. 국산 경주마 생산농가들이 이 점을 참고해 사육하면 좋겠습니다.”

박태종 기수(60)는 한국경마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린다. 올해말 정년퇴직을 앞둔 박 기수는 21일 기준 통산 1만5928전 2246승을 거뒀다. 1922년 근대식 경마가 도입된 지 올해로 103주년을 맞은 한국경마 사상 최다승 기록 보유자다.

‘키 168㎝ 이하, 체중 49㎏ 이하 지원 가능.’ 충북 진천 출신인 박 기수는 스무살에 상경해 택시·굴착기 기사를 꿈꿨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서다. 그러던 중 이모부가 마사회 기수 후보생 공모 문구를 가리키며 신체 조건이 적합하니 해보라고 권했다. 그는 기수가 어떤 직업인지도 몰랐지만 금세 그 매력에 빠졌고, 재수 끝에 1986년 기수 후보생이 된 뒤 이듬해 데뷔했다.

30년이 넘는 기수 생활은 자기 관리의 연속이었다. 키 150㎝, 체중 46㎏ 내외를 유지하면서도 체력을 기르기 위해 박 기수는 매일 오전 4시 기상해 1시간30분씩 근력·유산소 운동을 했다. 부상과 싸운 인고의 시간도 길었다. 2016년 양쪽 다리 골절과 인대 파열을 진단받고 10개월간 말을 타지 못했던 것. 박 기수는 “지금도 무릎 통증 탓에 매월 주사를 맞지만 말이 주는 에너지가 그리워 복귀를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주마로는 국산마 ‘무비동자’를 꼽았다. 박 기수는 2001년 10월 ‘농림부장관배(GⅡ)’ 경기에서 이 말을 타고 우승했다. 그는 “기초 훈련도 되지 않은 망아지 때부터 순치하느라 애썼지만 함께 우승까지 한 국산마라서 더욱 정이 갔다”고 설명했다.

말 복지에 대한 인식 변화도 언급했다. 마사회는 2013년 ‘경마시행규정’에 채찍 횟수 규정을 도입해 25회까지만 가능하도록 제한한 이후 이를 점차 줄여 올해부턴 15회를 초과하면 기수에게 과태료를 매긴다. 박 기수는 “전보다 기수들도 말을 더 부드럽게 훈련한다”고 전했다.

달라진 경마장 분위기도 전했다. 박 기수는 “예전엔 관객 다수가 중년 남성이었지만 최근엔 가족 단위 관객이 크게 늘었다”며 “사행으로 접근해 과몰입하기보다 레저로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박 기수는 “은퇴 후 기회가 주어진다면 후배 양성에 도움을 주고 싶다”면서도, “12월 은퇴 때까지 성적을 더 잘 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웃어보였다.

과천=이미쁨 기자 alread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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