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에 부는 노조 바람…IT 산업 우려 커진다

2025-06-20

네이버·카카오 등 IT업계 노사갈등 촉발… 인사과정 등서 볼멘소리

학계 "노조,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 방점 둔 합리적 대안 제시해야"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노조 무풍지대로 여겨졌던 판교에 이례적으로 노조 바람이 거세졌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자칫 미래 경쟁력 확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노조(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공동성명')는 오는 7월 2일 최인혁 테크비즈니스 대표의 복귀를 반대하는 3차 집회를 열 예정이다.

네이버의 노사 갈등에 불을 지핀 것은 '인사 과정'이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올해 경영에 복귀한 이후 회사 창립 멤버 최인혁 전 COO(최고운영책임자), 네이버파이낸셜 전 대표를 네이버의 신설 부서인 테크비즈니스 부문 대표로 임명했다. 앞서 최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5월 네이버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따른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회사 측이 내부 설명회 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최 대표 복귀를 도왔으며 최 대표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의 채용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에서다.

네이버는 노조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카카오도 최근 노사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카카오 통합 노조인 '크루유니언'은 지난 11일 첫 파업을 했다. 주요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임단협)이 최종 결렬되자 통합 노조가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 18일에도 4시간 파업과 판교역 광장 집회, 오는 25일 전면파업을 예고한 상태였다.

다만 노조 측은 보상 수준 등 임단협의 주요 사안에 대해 노사가 의견을 모았으며 본교섭을 통해 최종적으로 임단협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판교역 광장 집회를 취소하고 전체 파업 일정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학계는 IT 업계에 노사 갈등이 발생 한 것은 산업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하이테크 산업은 그간 고용이나 복지 문제가 크게 없었는데 업계 전반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AI(인공지능)의 등장 등으로 역설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며 "경영 전략이나 조직 구성에 있어서도 (업계가)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학계에서는 노사 간 갈등이 심화될수록 산업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신 교수는 "만약 기업 경영 전략이나 조직 구성 등에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경쟁력 있는 AI 분야 인력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신규 인력도 중요하지만 기존 인력을 잘 키워야 하는 만큼 신중히 다뤄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국에는 (사측은) 직원 개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T 업계 특성상 노조의 거센 반발을 겪어본 적이 없는 만큼 협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IT 기업들은 최근 거세진 노조 바람에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라며 "IT 업계에 닥친 이같은 노조 바람은 과거 1980년대 제조업에서 보였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사회 속에서 한국은 IT 강국 중 하나였는데 현재는 다소 배제된 느낌"이라며 "결국은 노조도 (한국) 기업이 생존을 해야한다는 전제 하에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이라는 데에 방점을 두고 합리적인 대안을 갖고 반대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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