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러리만 섰다" … 삼다수 유통 탈락업체들 '부글'

2025-08-07

광동제약 재선정 … 17년 연속 유통권 독점

외부평가위원 4명, 광동제약에 '정성평가' 최고점

"출발선이 달랐다" "수출활성화 소외됐다"

제주개발공사 "투명 절차 진행 … 국내매출비중 고려"

[디지털포스트(PC사랑)=김호정 기자 ] 국내 먹는 샘물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제주 삼다수'의 국내 위탁 판매사로 광동제약이 다시 선정됐다. 이로써 광동제약은 2012년 이후 17년 연속 삼다수 유통권을 독점하게 됐지만, 입찰 평가 과정을 둘러싼 불공정 시비도 확산되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이하 제주개발공사)가 주관한 '제주삼다수 제주도 외 위탁판매사 선정 사업'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입찰에는 11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광동제약은 정량적 평가(30점)와 정성적평가(70점)을 합산해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정량적 평가에는 매출 및 영업이익 등 실적을 중심으로 한 평가였고, 정성적평가는 ▲영업 및 마케팅 조직 운영계획 ▲제품 판매 계획 ▲제품 판매 전략 ▲브랜드 육성 전략 ▲공동 마케팅 투자 ▲지역별 판매확대 전략 ▲채널별 판매확대 전략 ▲품질관리 및 재고관리 방안 ▲수출활성화 지원방안 ▲공사 사업 관련 기여 방안 ▲제주특별자치도 미래지향적 발전 기여 방안 등 11개 항목으로 이뤄졌다.

정량적 평가에서는 대체로 이견이 적었으나 정성적 평가를 두고 일부 업체들이 특정 평가위원이 광동제약에 점수를 몰아줬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제주개발공사가 공개한 평가결과에 따르면, 외부 평가위원 7명 중 4명이 광동제약에 최고점을 부여했다.

평가표에 따르면 A위원은 광동제약에 67.2점을 부여한 반면, 2순위 업체에는 60.8점을, 나머지 9개 기업에는 모두 60점 미만을 줬다. B위원도 광동제약에 68.5점, 차순위 기업에는 62.5점, 나머지는 50점대 후반 또는 그 이하 점수를 매겼다. 반면 C위원은 최고점(66.2점)과 최저점(58.7점) 간의 차이가 크지 않은 고른 평가를 보였다.

입찰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일부 평가심사위원들이 광동제약에 10점 이상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등 뚜렷한 차이가 보인다"며 "특정업체에 유리한 평가가 이뤄졌다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정성평가 기준상 기존 업체인 광동제약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며 "최저가입찰제가 아닌 정성적 평가로 진행되다보니 출발선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업체가 계속해서 사업권을 가져가다 보니 후속 주자로 입찰에 뛰어든 기업 입장에서는 들러리를 섰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이번 입찰을 위해 별도 TF팀을 꾸리며 입찰에 참여했는데 기존 업체에 유리한 조건으로 진행되는 감이 있어 아쉬운 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일부 기업들은 ‘수출활성화 지원방안’ 항목의 배점이 지나치게 낮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올해 처음으로 해당 항목이 평가에 포함됐지만, 해외 생산 및 유통 인프라를 갖춘 기업들이 도리어 저평가됐다는 것이다.

제주개발공사는 이번 위탁 사업자 선정 평가 항목에 지난 2021년 정성적 평가 기준에 없던 '수출활성화 지원방안'을 추가했다.

이는 백경훈 제주개발공사 사장의 해외수출 물량 확대 계획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백 사장은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비전 선포식에서 "2035년까지 현재 매출액 대비 약 70% 성장해 6000억 원 매출 달성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세우고 있다"며 2035년까지 현재 생산량의 10% 수준인 10만톤을 수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수출활성화 지원방안 배점은 상대적으로 낮은 3점에 그쳤다. 광동제약에 최고점을 부여한 A·B 위원은 수출활성화 항목에서도 만점 또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줬지만, 실제로 해외 판매 거점을 보유한 기업들은 만점을 받지 못했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 관계자는 "광동제약보다 해외 유통 경쟁력이 더 뛰어난 기업들이 해외 매출을 더 올릴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저평가된 부분이 있다"며 "정성적 평가가 내수에 초점을 맞춰 이뤄진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제주개발공사 측은 논란에 대해 “지방계약법에 따른 투명한 절차를 거쳐 진행됐으며, 공사가 평가위원 구성에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해명했다. 또 수출항목 배점이 낮은 것에 대해서는 “해외 수출도 중요하지만 삼다수 유통은 자치단체의 핵심 수익 사업인 만큼 국내 매출 비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제주개발공사는 다음달 1일 우선협상대상자인 광동제약과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한편, 광동제약은 지난해 삼다수 유통으로 3197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는 회사 전체 매출의 32.8%에 해당한다. 내년부터 2029년까지 진행될 삼다수 유통 사업은 기존보다 약 1000억 원 증가한 연간 4000억 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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