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심히 살다 보니 어느덧 팔순도 중반을 한참 지나고 있다. 젊은 시절엔 직장생활에 열정을 다하였고, 퇴직 후에는 향토문화 창달과 고향사랑에 헌신적으로 봉사하며 살아왔다.
그동안 공적을 인정받아 훈포장을 비롯한 상패를 많이 받았다. 받을 때는 보람과 긍지를 느끼게 해주는 증표였으며, 자랑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보니 이제는 집안 곳곳에 쌓여 처치 곤란한 짐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근정·무공훈장을 비롯한 새마을 포장 등 다수의 상패와 공로패를 받았고, 퇴직 후 정읍사문화제 제전위원회와 정읍애향본부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지역문화 발전과 KTX 정읍역사 신축, 서남권 추모공원 개원, 서울장학숙 건립 등 지역 숙원사업들을 해결하는 데 앞장섰다.
따라서 전북 봉사대상, 전북 애향대상, 정읍시민의 장 등을 수상하며 헤아릴 수 없게 많아졌다.
처음으로 한두 개의 패를 받았을 때는 어깨가 으쓱하고 자랑거리였다. 또한 보람이요, 긍지를 느끼게 해주는 활력소가 되었다. 우리 집에 드나드는 손님들이 잘 볼 수 있도록 거실에 전시하는 등 자랑거리여서 오래오래 잘 간직하고 싶은 보물이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각종 패의 수가 늘어나면서 집안 곳곳에 쌓여 처치 곤란한 짐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몇 개만 진열해 두고 나머지는 창고에 정리하여 보관하고 있다. 받을 때는 기분이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다 보니 영광조차 이젠 짐이 되고 말았다.
살아오는 동안 피와 땀으로 이루어놓은 증표였지만 이젠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여러 차례 생각은 하면서도 추억과 흔적이 나를 붙들어 망설이다가 쉽게 결정을 못 하고 고민하며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엄연히 내 이름이 새겨진 패들을 쓰레기로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소각할 수도 없는 재질로 제작된 패들이라 처리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한 나의 모습을 보고 아들딸들이 “아버지께서 평생 받은 패들이니 우선 사진으로 남겨두고 처리 방법을 생각해 보자”고 한다.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지 못했는데, 자식들이 궁리 끝에 사진첩을 만들어서 오래도록 관리하겠다고 하니 고맙고 다행스럽다.
혈기왕성한 젊은 시절에는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긴 세월을 “하고 싶은 일”보다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만 하는 일”들에 등 떠밀려 살아왔다.
퇴직 후에는 살아오느라 윤기를 잃어버린 내 영혼에 낭만과 기쁨으로 영양을 공급하고, 피폐해진 심장의 텃밭을 기름지게 가꾸며 살고 싶었다. 따라서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열심히 노력하며 살고 있다.
전북도민일보 등 지역신문에 애향정신 함양을 위해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칼럼을 수시로 기고하여 캠페인을 전개하였다. 늦깎이 수필가로 등단하여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자서전이나 수필집을 발간해 볼까 고민하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각종 상패와 상장들을 사진으로 정리하고, 칼럼과 수필을 한데 모아 한 권의 자서전을 완성한다면 일거양득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을사년 새해를 맞으면서 자서전을 발간하여 지인들에게 나누어준다면 오래도록 기념이 되어 아름다운 선물이 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송헌 이한욱 <정읍시애향본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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