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살 때 시력을 잃고 시각장애인 아버지와 살면서도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던 20대 청년이 삶의 마지막 순간 3명에게 새 생명을 선사했다.
1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 5월 16일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에서 이동진(28) 씨가 뇌사상태에서 3명에게 심장과 좌우 신장(콩팥)을 각각 기증했다.
이씨는 어버이날 아버지와 식사를 마치고 잠들었다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병원에 급히 이송됐다.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고 일주일만에 짧은 생을 마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경기도 부천에서 외아들로 태어난 이씨는 생후 9개월 만에 안구에서 암이 발견돼 4년간 항암치료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두살 때 시력을 잃었고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많은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야 했다. 중학교 2학년 땐 어머니가 심장판막 수술 후 돌아가시면서 역시 시각장애인이었던 아버지가 홀로 이씨를 키웠다.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이씨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하고 사회복지사로 근무했다. 복지사로서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며 많은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아버지와 함께 안마사로도 일했다. 유가족은 이씨가 어릴 적 시력을 잃어 불편한 점이 많았음에도 가족의 도움 속에 잘 웃었고, 밝은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한 웃음을 줬다고 기억한다. 유족들은 고인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좋은 일을 하고 가면서 다른 이들의 몸속에서 살아 숨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아버지 이유성 씨는 "동진아, 지금까지 힘든 일도 즐거운 일도 있었지만 이제는 엄마하고 같이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고 재밌게 지내. 이제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아"라며 눈물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이동진 님과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밝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