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연작으로 시대 아이콘 된 제임스 딘

2025-05-15

[개봉 70주년 ‘에덴의 동쪽’]

출연 3편 영화 중 최고 연기 호평

아버지의 인정 갈망하는 칼 연기

존 스타인백 소설 영화화한 작품

2025년은 제임스 딘의 해다. 그의 사망 70주기이고 그의 대표작 ‘에덴의 동쪽’과 ‘이유 없는 반항’이 개봉 7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에덴의 동쪽’은 1952년 발표된 존 스타인백의 소설을 엘리아 카잔 감독이 1955년에 영화화한 작품이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한 청년의 안타까운 방황을 그리고 있다. 혜성처럼 나타난 제임스 딘의 첫 번째 주연 작품으로 딘은 이 영화 한편으로 일약 스타의 지위에 오르며 젊음의 우상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다.

제임스 딘은 아버지에게 소외당하며 어두운 그늘에서 증오를 키우는 반항아 칼을 연기한다. 딘이 출연한 세 편의 영화 중 그의 생전에 개봉된 유일한 영화다.

‘에덴의 동쪽’은 1955년 제8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후보로 올라 ‘드라마틱 필름’ 부문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그리고 아카데미 시상식에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감독상, 각본상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려 그 중 각본상과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제임스 딘은 앞서 열린 1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지만 ‘마티’에서 열연한 어니스트 보그나인에게 밀려 오스카상을 받지 못했다.

성경은 가인을 악의 표상으로 묘사한다. 선악과를 따먹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최초의 범죄자’ 아담과 이브의 큰아들인 가인은 질투에 휩싸여 동생 아벨을 죽이고 ‘최초의 살인자’가 된다.

그러나 성경은, 하나님이 두 아들 중 유독 아벨을 편애했고 왜 가인에 대해서는 냉정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아벨은 양치는 자였고 가인은 농사짓는 자였다. 시간이 지나 각자의 직업대로 가인은 땅의 소산으로 제물을 삼아 여호와께 드렸고, 아벨은 양의 첫 새끼와 그 기름으로 제사를 드린다. 하나님은 가인의 제물은 ‘열납’하지 않고 아벨의 제물만 받았다.

성경은 믿음으로 아벨이 가인보다 더 나은 제사를 하나님께 드림으로써 의로운 자로 인정받았다고 기술하고 있지만, ‘하나님은 왜 가인과 아벨을 차별했을까’라는 의문에는 여전히 뚜렷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영화 ‘에덴의 동쪽’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의문, ‘왜 하나님이 가인보다 아벨을 더 사랑했을까’라는 인간적 의문에 매달리고 칼에게 인간적 동기를 부여한다. 사랑받지 못하고 죄 많은 영혼의 이야기로 이야기를 몰고 간다.

제 1차 세계대전을 앞둔 1910년대 중반. 캘리포니아의 살리나스에서 양배추 농장을 운영하는 아담, 그리고 그의 두 아들 아론(리차드 타바로스)과 칼(제임스 딘). 청교도적 신앙의 소유자 아담은 큰아들 아론을 신뢰하고 사랑하는 반면 반항아적 기질의 작은 아들 칼에게는 ‘자기 파괴적’으로 냉정하다. 모범생 아론에게는 아리따운 약혼녀 에브라가 있다.

아담은 두 아들에게 그들이 어렸을 때 어머니가 죽었다고 했지만, 칼은 어머니 케이트(조 반 프릿)가 몬터레이에 살고 있음을 알아낸다. 아담은 칼을 낳고 집을 나간 케이트를 증오한다. 그는 칼이 케이트의 나쁜 피를 받아 그렇게 도발적이고 반항적이라고 여기며 케이트에 대한 배신과 분노로 칼을 대해왔다. 케이트는 집을 나간 후 술집을 운영하며 매춘에도 손을 대 큰돈을 벌고 있다.

칼은 자신을 이해해주는 형의 약혼녀 에브라와 친해진다. 아담의 양배추 사업이 위기를 맞자 칼은 어머니에게 돈을 빌려 곡류 장사를 시작하고 아버지가 사업으로 잃어버린 돈을 다시 벌어들인다. 아버지에게 칭찬을 받을 줄 알고 그의 생일 날 집을 찾아가지만 아담은 오히려 남의 돈을 빌려 일으킨 칼의 사업을 죄악시한다. 칼에 격노하던 그는 큰아들 아론의 약혼 소식에 기뻐한다.

뭐를 해도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칼의 마음속 상처와 고뇌와 방황이 이어진다. 칼은 반항심으로 죽은 줄 알았던 어머니의 존재를 아론에게 알려 충격을 받은 아론이 집을 떠나 군에 지원하게 하고 그사이 아론의 여인 에브라를 탐하며 아버지를 분노하게 하여 결국 그를 뇌졸증으로 쓰러지게 한다.

보안관 샘은, 아담과 이브의 아들 가인은 너무나 질투한 나머지 동생 아벨을 죽였고 집을 떠나 동쪽 노드 땅에서 살게 되었다는 성경 구절을 칼에게 들려준다. 스스로도 집을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칼은 병상에 누워 있는 아담에게 용서를 구하지만, 아담의 텅 빈 눈에는 어떤 반응도 없다.

약혼자 아론보다 어느덧 칼에게 마음이 끌려가고 있는 에브라는 병상에 누운 아담을 간호한다. 에브라는 아버지의 사랑을 원하고 있는 칼을 받아들이라고 아담을 설득한다. 그리고 절망한 칼을 아버지에게 다가가게 한다. 아담은 아들의 손을 잡으며 “저 귀찮은 간호사 대신 네가 내 옆에 있으라”고 속삭인다. 아버지의 사랑을 확인한 칼과 에브라는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칼은 아버지 침대를 계속 지킨다.

영화는 종반부에 가서야 성경의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에서 완전히 벗어나 아론이 떠나고 간 이후 칼과 아버지의 화해로 결론짓는다.

아버지의 사랑을 그리워하며 방황하던 칼이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비로소 아버지의 사랑을 확인한다. 그 과정에는 성경에 없는 중재자 에브라가 있다. 침상에서 간호사를 가리키며 “형편없는 간호사야”라고 말하는 아버지 아담에게 칼이 “저도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요”라고 대응하는 장면, 아들과 아버지는 처음으로 마음이 통하는 부자의 관계를 확인한다. 이렇게 간단히,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동안 아버지와 아들 사이 놓여 있던 큰 벽이 무너져 내린다.

칼과 아론이 상징하는 가인과 아벨의 관계에서는 가인이 형이고 아벨이 동생이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는 누가 형이고 동생인지 분명하지 않다.

일본에서 이 영화가 개봉될 때 아론을 형으로 설정해 자막 번역을 했다. 이 영향으로 한국에서도 아론을 형, 칼을 동생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원작에서는 누가 형이고 누가 아우인지에 대해서 일체 설명이 없다.

제임스 딘은 종종 말론 브랜도와 비교됐다. 당시 일부 평론가들은 ‘에덴의 동쪽’으로 새롭게 부상한 제임스 딘이 말론 브랜도의 연기 스타일을 모방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도 ‘에덴의 동쪽’은 그가 출연한 세 편의 영화 중 딘이 최고의 연기를 보인 영화로 기억된다.

엘리아 카잔 감독은 전작 ‘젊은이의 양지’에서 호흡을 맞추었던 몽고메리 클리프트를 주인공 칼 역에 캐스팅하려 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그 대신 신인 제임스 딘이 칼 역을 맡았다. 딘은 이후 스크린 선상에 나타난 반항의 전형으로 상징되며 영원히 우리의 기억 속에 ‘반항아’로 남아 있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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