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에서 일본은 스페인을 상대로 후반 초반 역전골을 넣었다. 미토마 카오루가 골라인 끝까지 침투한 뒤 넘어지면서 어렵게 공을 골문 앞쪽으로 연결했고, 타나카 아오가 이를 밀어 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이 득점은 골로 이어진 크로스가 올라오기 직전 공이 골라인을 완전히 벗어났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큰 논란이 됐다. 미토마가 패스를 하기 전 공의 전체가 골라인 바깥으로 나간 것처럼 보였고, 현장 중계 화면에서도 공 전체가 라인을 벗어난 듯 보였다. 이에 심판진은 득점 선언을 잠시 보류한 뒤 VAR 판독을 요청했다. VAR 화면에서는 공의 일부가 골라인 위에 남아 있는 것이 확인됐고, 국제축구평의회(IFAB) 규정에 따라 득점이 최종적으로 인정됐다. 이 골로 일본은 스페인을 2-1로 꺾었다. 해당 장면은 골라인 판정 정확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이 장면을 사진으로 보면, 골문 안쪽(골대 앞)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에서는 공이 미토마의 발에 닿기 전에 이미 골라인을 넘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골라인 바로 뒤에서 찍은 사진에서는 공의 끝이 골라인에 남은 상태에서 미토마의 발이 공에 닿아 있다. 즉 공이 골라인을 완전히 넘기 전에 미토마가 크로스를 올렸기 때문에 골라인 아웃이 아니었고, 미토마의 크로스를 받아 넣은 타나카의 슈팅도 골로 인정됐다.

한편 지난 9일 열린 울산-제주전 결승골을 둘러싼 판정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후반 27분 울산의 크로스가 제주 수비수에 맞고 골문 앞으로 흘렀고, 이를 울산 루빅손이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제주 골키퍼 김동준이 이를 쳐냈으나 공은 다시 골문을 향했고, 이 순간 울산 에릭이 슬라이딩 슈팅을 시도했다. 공은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주심과 부심은 이 장면에서 오프사이드를 선언했고, VAR 판독 결과 루빅손의 슈팅이 골라인을 넘었기 때문에 루빅손의 골로 판정됐다.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논란이 거세지자 위원회를 열었고, 최종적으로 “오프사이드가 아니기 때문에 득점”이라는 기존 판정을 유지했다. 루빅손의 슈팅 당시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던 에릭이 공에 대한 플레이를 시도했지만 제주 골키퍼를 방해하지 않았고, 골 장면에서 이득을 얻은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규정에 따르면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는 선수가 상대방에 대한 간섭(interfering with an opponent)에 해당되는 경우 오프사이드가 선언된다. 에릭이 골을 넣기 위해 슬라이딩을 했고, 그 과정이 골키퍼의 대응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는 오프사이드 선언 요건에 해당된다. 일부에서는 “공이 골라인을 넘은 뒤 에릭의 발끝에 볼이 맞았기 때문에 오프사이드가 아니다”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근거가 약하다. 카타르월드컵 일본-스페인전 골라인 판정처럼 골라인 바로 위에서 찍은 명확한 사진이 없다면, 이 장면은 ‘판정 불가’이며, 원심(오프사이드)의 유지가 타당하기 때문이다.

심판위원회의 이번 판단을 두고 심판계 내부에서도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는 선수가 볼을 건드리지 않아도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할 경우, 이를 방해로 볼 것인지 아니면 플레이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볼 것인지 판단 기준이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골키퍼가 “오프사이드 위치의 공격수가 달려드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대응이 늦었다”고 주장한다면 심판은 이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심판위원회는 오프사이드 규정을 골라인 아웃과 맞물려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오프사이드 정신과 규정에 따라 “오프사이드가 맞다”고 인정한 뒤 제주 구단에 사과하고 “앞으로 주심과 부심, VAR 심판진 간 소통을 강화해 판정의 정확도를 높이겠다”고 말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이 판정을 현장에서 오프사이드로 선언한 ‘인간’ 심판과 향후 심판들, 심판위원회에 대한 기대와 신뢰도 높아졌을 것이다.
위원회가 오심을 인정해도 골은 취소되지 않고 승부도 뒤바뀌지 않는다. 물론 비판은 심판위원회가 받겠지만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 제기되는 합리적인 비판과 평가는 심판 성장과 판정 신뢰도 향상에 도움이 된다. 심판위원회는 하나를 제대로 알지도 못했고 둘, 셋은 전혀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