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정보보호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평균 6% 수준에 그친 공시 기업 전체 평균 대비 빗썸과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정보보호 부문에 9% 이상의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며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을 기록했다.
26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발표한 정보보호 현황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은 지난해 총 925억원을 정보기술(IT) 부문에 투자했고, 이 가운데 92억원(9.9%)을 정보보호에 투입했다. 이는 최초 공시했던 2020년(47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인력 구성도 증가세를 보였다. 전체 임직원 448.6명 가운데 IT 인력은 313.7명, 이 중 정보보호 전담 인력은 31.9명으로 IT 인력의 10.2%를 차지했다. 2020년(8.6%)과 비교해도 비중이 늘었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역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정보기술 부문 투자액 1543억원 가운데 정보보호 부문에 약 148억원이 투입돼 9.6%의 비중을 기록했다. 정보기술 인력 374.5명 중 정보보호 전담 인력은 33.6명으로 9.0%를 차지했다. 이는 최초 공시했던 2022년 정보보호 투자액(57억원), 전담 인력 비중(6.0%)보다 모두 증가한 수치다.
두 회사 모두 업계 평균을 웃돌았다. KISA가 공개한 올해 공시 기업 평균을 보면 전체 IT 투자 중 보안 예산은 평균 6.05%, 보안 인력 비율은 평균 6.19% 수준이었다. 전통 ICT 기업보다도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정보보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김형중 국민대학교 암호화폐연구센터장은 “거래소 간 이동이 쉬운 구조인 만큼, 신뢰도가 곧 경쟁력으로 작용한다”며 “이에 따라 정보보호에 대한 투자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며, 거래소가 사실상 금융기관에 준하는 성격을 지닌 만큼 내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보보호 공시는 기업이 보안 예산, 인력 구성, 활동 내용 등을 대외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제도로, 정보보호 산업 진흥법에 따라 일정 기준 이상의 기업은 공시 의무를 가진다.
두 기업은 주요 조직 분할을 앞둔 시점에서 정보보호에도 공을 들이고 있어 주목된다. 빗썸은 거래소 사업과 투자·지주 사업을 분리하는 인적분할을 추진 중이며, 오는 8월 15일 신설 법인 '빗썸에이'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자회사 중심의 지주 체계를 별도로 운영하면서 기존 법인은 거래소 사업을 계속 맡는다. 두나무 역시 비상장 주식 거래 서비스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물적분할해 내달 1일 '증권플러스비상장 주식회사'(가칭)를 신설할 계획이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