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작비 부담을 겪는 한국과 시스템 고도화를 추진하는 일본 간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한일 공동제작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제작에 참여하며 진출 기회를 넓히고, 일본은 검증된 K드라마 제작 시스템을 도입해 품질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드라마의 제작비는 한국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양국의 협업은 비용 효율성과 현지화 모두를 충족하는 대안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사랑의 불시착', '눈물의 여왕' 등으로 현지 인지도를 확보한 가운데, 일본 방송사 및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의 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내달 아마존 프라임비디오에서는 '내 남편과 결혼해줘'(일본판), 7월에는 TBS와 공동 제작한 '하츠코이 도그즈', 8월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소울 메이트'가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세 작품 모두 스튜디오드래곤이 현지 제작에 직접 참여한 프로젝트로, 기존의 판권 수출 방식과는 차별화된다.
스튜디오드래곤은 그간 쌓아온 제작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본 내에서 드라마 직접 제작을 위해 현지 플랫폼, 제작사들과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 일본 내 방송사, OTT 사업자 모두 스튜디오드래곤이 보유한 270여개 IP의 현지화에 관심이 크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일본 드라마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드라마 제작비가 한국보다 저렴하지만 히트 지식재산(IP)의 수명이 길고 드라마 IP를 활용한 부가사업 매력이 큰 것이 특징”이라며 “한국 드라마에 대한 친밀감이 높아 주시청층의 정서적 이질감도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이라고 밝혔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미국과 일본 중심의 현지 제작 드라마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 미국, 일본 3개 국가에서 IP를 동시에 생산하는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다.
SLL도 일본 콘텐츠 시장과의 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2022년 '이태원 클라쓰' 리메이크작 '롯폰기 클라쓰'를 시작으로, 2024년 '스카이캐슬' 리메이크, '옥씨부인전', '춘화연애담' 등 다양한 콘텐츠가 일본 OTT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콘텐츠 경쟁력을 입증했다.
최근 공개된 TV아사히와 공동 제작한 드라마 '마물'은 양국 작가진과 제작진이 협업해 시나리오를 개발했다. 공동 제작을 통해 일본 정서에 맞는 요소와 K드라마 특유의 몰입감을 균형 있게 구성했다.
SLL은 일본 위성방송사 '와우와우'와 함께 JTBC '괴물' 리메이크 드라마를 오는 7월 방영 목표로 제작 중이다. 내부적으로는 '글로벌 유통팀'과 '글로벌 IP 개발팀'을 중심으로 해외 공동제작, 현지 배급 전략, 원작 개발 등 전 과정을 체계화하고 있다.
SLL 관계자는 “단순히 한 작품을 함께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기획부터 제작, 마케팅, IP 확장까지 장기적인 협업이 가능하도록 기반을 마련했다”며“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제작한 콘텐츠의 저력을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전달해 궁극적으로는 아시아 콘텐트의 경쟁력을 키워가겠다는 의미로 긴밀한 협업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