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2025.08.26. [email protected] /사진=고범준
돌발 변수도, 의견 충돌도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회담은 무난하게 마무리됐다. "합의문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된 회담이었다"고 대통령실은 평가했다.
두 정상은 한미 동맹을 미래지향적으로 현대화해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우리 측이 먼저 국방비(국방예산) 증액을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협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농축산물 개방 요구 등 추가 청구서가 날아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후속 협상을 위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실세로 알려진 수지 와일스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 간 핫라인도 가동된다. 한미 대통령 비서실장 간 핫라인 구축은 사상 처음이다.
한미 정상회담은 25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공개·소인수회담 겸 언론 질의응답, 비공개 오찬을 겸한 확대회담까지 포함해 총 2시간20분 동안 진행됐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당초 예정보다 20분 길어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국방비 증액 계획을 주도적으로 거론했다. 동맹 현대화의 방향에 대해서도 두 정상이 공감대를 이뤘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트럼프 대통령 측의 반응도 좋았다"고 전했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 등을 포함한 동맹 현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측은 AI(인공지능), 반도체, 양자, 원자력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는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국방역량 강화 노력을 적극 지원하고 한미 간 첨단 방산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워싱턴=뉴시스] 고범준 기자 = 강훈식 비서실장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프레스센터 내 중앙기자실에서 한미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안보실장. 2025.08.26. [email protected] /사진=고범준
통상 분야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지난달 큰 틀에서 원칙적으로 타결한 무역 합의를 그대로 지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문제도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난 7월30일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을 두고 MOU(양해각서) 체결 등을 위해 문구 등을 두고 협의를 해나가는 중"이라며 "한미 정상 간에 합의가 한번 더 확인됐고 안정화됐기 때문에 MOU 논의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양측의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합의문이 나오지 않은데 대해 외교가는 '트럼프 시대의 뉴노멀'이라고 해석했다. 강훈식 실장은 "과거와 같이 한 회담이 끝난다고 해서 다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된 협상 과정 속에 있다"고 말했다.
향후 협상을 조율하기 위해 핫라인 구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강 실장와 와일스 실장은 핫라인을 가동키로 했다. 비서실장으론 이례적으로 해외 일정에 동행한 강 실장은 "지난 (한미) 통상 협상 후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문제 논의를 위해 핫라인 구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비서실장 간 채널을 통해 계속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