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수명 종료시점 앞두고 고심
재활용과 함께 규모 확대 논의 속도
“구상 실현 땐 유럽 세 번째 큰 규모”
“바람이 돈이죠(The wind is money).”
지난달 27일 영국 리버풀시 저탄소 경제 책임자인 마크 놀리스는 총 설비용량 346㎿(메가와트) 규모 버보뱅크(Burbo Bank) 해상풍력단지가 보이는 월러시(Wallasey) 해변에서 거센 바람에 기자들이 힘들어하자 이같이 말했다. 버보뱅크 단지가 자리한 리버풀만(Liverpool Bay) 연안 평균 풍속은 초속 7∼8m라고 한다. 보통 해상풍력발전에 적합한 풍속은 초속 6∼9m로 본다.

리버풀은 20년 전부터 ‘바람’을 ‘돈’으로 바꿔 나가기 시작했다. 2005년 착공해 2007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버보뱅크 단지는 영국 초창기 상업용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풍력터빈의 ‘국적’에 얽매이지 않는 영국 해상풍력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단지이기도 하다.
최초 상업운전을 시작할 때는 총 설비용량이 90㎿로 독일 지멘스 3.6㎿ 풍력터빈 25기가 설치됐다. 당시 지멘스 3.6㎿ 터빈이 유럽 최초로 도입된 사업이었다. 2017년엔 덴마크 베스타스 8㎿ 풍력터빈 32기를 새로 설치해 총 256㎿ 규모 단지가 추가됐다. 이 또한 당시 세계 최대 출력인 베스타스 터빈을 최초 실증한 사례라 주목받았다.
놀리스는 “2007년 운전을 시작한 1단계 단지는 정말 테스트로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진행된 사업이었다”며 “운전 후 생각보다 경제성이 좋아서 확장한 것이다. 처음부터 잘될 줄 알았던 건 아니다”라고 했다.
영국 해상풍력발전을 대상으로 한 2019년 연구에 따르면 버보뱅크 1단계 단지 균등화 발전비용(LCOE)은 ㎾h(킬로와트시)당 8.7펜스(약 161원), 확장 단지는 14.7펜스(약 273원)다. LCOE는 발전소 전체 수명 동안 투입되는 모든 비용 총합을 총 전력생산량으로 나눈 값이다.
초창기 해상풍력단지로서 버보뱅크 단지는 수명 종료 시점이 점차 다가오면서 영국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 놓은 상황이다. 버보뱅크 1단계 단지 설계 수명은 25년으로 2031년이 정해진 종료 시점이다. 실제 설비 수명·경제성 평가를 거친 후 수명 추가 연장이나 해체 후 고효율 풍력터빈 교체 등이 대안으로 논의되는 중이다.

놀리스는 “왕실자산공사(The Crown Estate)로부터 해수면 사용 허가를 받은 기한이 25년인데 그 연장 여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해상풍력 기술 발전이 워낙 빠르다 보니 기존 설비를 새 설비로 다 갈아엎는 게 효율적일지, 그냥 단지를 폐쇄하는 게 나을지 아직 결정을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리버풀은 버보뱅크 1단계 단지 수명 연장 논의와 별개로 총 용량 2.6GW(기가와트) 이상 되는 규모의 고정식 해상풍력단지 3곳과 부유식 해상풍력단지 1곳을 추진 중이다. 북웨일스 해안에서 약 10.5㎞ 떨어진 곳에서 진행 중인 1GW 규모 아웰모어(Awel Y Mor)는 주요 인허가 절차가 완료된 상태다. 아일랜드해에서 개발 중인 모건(Morgan)·모나(Mona)는 각각 용량이 800㎿ 규모로 관련 절차를 밟는 중이다. 차세대 기술로 평가되는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인 바이킹(Viking)은 아이슬란드 북동부 해역에서 추진되고 있다.
데이비드 파웰 리버풀시 교통국장은 “현재 운전 중인 해상풍력발전단지가 1GW 규모인데, 이들 추진 중인 단지까지 돌아가기 시작하면 총 3.9GW 규모까지 늘어나는 것”이라며 “이는 유럽에서 세 번째 큰 규모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한국기자협회와 (사)넥스트의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리버풀=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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