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통·설사·혈변 등이 대표적 증상인 크론병은 젊은 나이부터 발생하는 비율이 높은 염증성 장질환이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기에 발병할 경우 항문의 병변이나 피로감·발열 등 다른 증상으로 시작할 때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장이 아닌 다른 부위에서 나타나는 크론병 증상으로는 항문 주변에 터널 같은 구멍(누공)이 생기거나 농양이 차는 병변을 들 수 있다. 특히 항문 농양으로 병원을 찾은 10세 이하 환자에게서 크론병이 진단되는 경우는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크론병 역시 다른 질환처럼 가능하면 일찍 진단과 치료가 이어질 필요성이 큰데, 소아·청소년 환자는 성인 환자와도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어린 크론병 환자의 초기 증상을 유심히 살펴야 할 이유로 전문가들은 진단 당시 질환의 중증도가 성인 환자보다 비교적 높다는 점을 꼽는다. 김은실 강북삼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청소년 크론병은 성인 크론병보다 침범하는 범위가 식도에서 소장에 이르기까지 넓으며 궤양과 염증의 정도가 심하다”고 설명했다.
크론병 때문에 생기는 항문 누공은 생물학제제 없이는 치료가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 항문 병변이 국내 성인 크론병 환자에게 동반되는 비율은 10~20% 수준이지만, 소아·청소년 환자 중에선 약 50%에 이를 정도로 높다.
또한 질병의 진행 속도 역시 소아·청소년 환자가 성인 환자보다 빠르다. 어린 환자들은 보호자들이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경우가 많아 증상 발생 후 내원까지 걸리는 기간이 비교적 짧은 편이나, 그럼에도 진단 당시 염증이 심하게 진행된 사례가 흔히 발견된다. 김 교수는 “소아·청소년 환자는 특히 난치성 항문 주변 질환으로 진행하는 환자들의 비율이 높다”며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장협착, 복강 농양, 장 누공 등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창 성장기인 환자들이 적절한 크론병 치료를 받지 못하면 키 성장에도 영향이 미친다는 점 역시 주의해야 한다. 염증 물질이 분비되고 성장 호르몬에도 변화가 생기며 영양 흡수까지 저해되는 등의 이유로 성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김은실 교수는 “크론병은 조기에 진단하여 치료할수록 예후가 좋은 질환”이라며 “장 증상이 없더라도 항문 병변이 있는 경우 반드시 병원에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