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소암 재발 환자들은 염증신호와 에너지 대사가 과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상검사와 유전체 분석을 통해 난소암의 재발 여부를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부인암센터 최윤진 교수(공동교신저자, 산부인과) 연구팀은 CT영상과 공간전사체(Spatial Transcriptomics) 분석기법을 통합해 재발하는 난소암의 분자적 특징을 처음 규명했다. 공간전사체 기술은 세포의 유전자 발현 정보를 조직 내 공간적 위치와 함께 분석하는 기법이다. 복잡한 세포 간 상호작용을 규명하는 데 유용하다.
난소암은 자궁 양쪽에서 난포를 생산하고 여성호르몬을 만드는 난소에 생기는 암이다. 난소암 초기에는 자각 증상을 느끼기 쉽지 않아 대부분 말기(3~4기)에 진단된다. 말기 난소암은 재발률이 높고, 재발을 거듭할수록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재발 예측이 중요하다.
연구팀은 난소암 중 재발이 많은 고등급 장액성 난소암 환자 8명을 재발군과 비재발군으로 나눠 조사했다. 장액성 난소암은 난소암의 80%를 차지하는 상피성종양의 5가지 아형 중 하나로 맑은 액체(장액)를 분비한다. 10년 생존율이 30% 미만이며, 환자의 80%는 재발한다.
난소암이 복막으로 퍼졌을 때 CT로 전이를 확인하고, 공간전사체 검사를 해보니 복막 전이 여부에 따라 특정 유전자 발현이 달라진다는 걸 확인했다.
분석 결과 재발군에서는 ‘염증 반응조절(NF-κB를 통한 TNF-α 신호)’과 ‘세포질의 산화적 인산화 경로(세포 안에 에너지가 생성되는 과정)’가 활성화돼 있었다.
우리 몸은 감염이나 손상 시 염증반응을 일으켜 방어하는데, 염증신호 분자 TNF-α가 분비되면 세포 안의 NF-κB가 활성화된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 만성염증과 암세포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세포질의 산화적 인산화경로’는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안에서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이다. 그런데 일부 암세포는 이러한 경로를 과활성화해 더 많은 에너지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재발과 전이를 촉진하게 된다.
반면 재발이 없는 환자군에서는 PTGDS(염증·면역 조절하는 단백질을 생성) 유전자가 높게 발현될수록 좋은 예후를 나타내는 지표로 확인됐고, 수술 전 CT영상에서 복막 전이 범위가 적은 것과도 관련이 있었다.
최 교수는 “재발 가능성을 예측하고 환자에게 최적화된 맞춤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발견한 바이오마커를 타겟으로 하는 신약을 개발해 난소암 환자 생존율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Biomarker Research’에 최근 게재됐다.
박병탁 기자 ppt@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