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전남 나주에서 4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나의 어린 시절 꿈은 화가였다.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시간만 손꼽아 기다렸다. 전국 단위 사생대회에서 수상을 여러 차례 할 정도로 실력도 출중했다.
그 시절, 가장 갖고 싶었던 물건은 미술 시간에 선생님이 가끔 빌려주신 ‘왕자 크레파스’였다. 색깔이 다양하고 질감이 부드러워 그림을 그려 놓으면 ‘때깔’이 달랐다. 하지만 지병을 앓고 계신 아버지, 어려운 가정 형편에 고생하시는 어머니께 그 비싼 왕자 크레파스 사달란 말은 입도 뻥긋 못해봤다.
1975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농협에 취업해 30년 넘게 일했다. 직장 다니던 시기, 동료들은 쉬는 날이면 모여서 고스톱을 치거나 산으로 들로 놀러 다닐 때 나는 남몰래 문화센터나 화실에 다니며 유화를 배웠다.
그리고 2010년, 57세에 은퇴를 했다. 정년은 60세지만 위로금 받고 나올 수 있는 시기가 되자 미련 없이 떠났다. 조금이라도 일찍 마음껏 그림 그리는 자유를 누리는 ‘화가 정병길’로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은퇴 15년째인 지금, 화가가 되고팠던 나의 꿈은 이뤄졌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두 가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너무 허황된 꿈이었다”는 것, 다른 하나는 “화가라는 꿈을 훨씬 멋지게 이뤄가고 있다”는 거다.
대체 무슨 소리냐고? 미리 귀띔해 드리자면 지금 나는 원래 그리던 유화에선 거의 손을 뗐다. 대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대한민국 1호 ‘○○○ 화가’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이 분야에 내가 배출한 제자만 700명이 넘고, 전시회는 14번 열었다. 현재 내 꿈은 ‘전 국민 ○○○ 화가 만들기’다.

어떤가, 금융인 출신 72세 은퇴자의 인생 2막이라기엔 꽤나 역동적이지 않은가? 내가 개척한 분야가 대체 뭔지, 무슨 수로 전 국민을 화가로 만들겠다는 건지, 그걸로 돈을 벌 수는 있는지 한번 들어보시라.
은퇴Who 〈목차〉
📌 IMF가 뒤흔든 ‘인생 2막’ 계획
📌 대한민국 모바일 화가 1호
📌 “전 국민 모바일 화가 만들겠다” 포부
📌 [은퇴 후 조언] 모바일 미술, 붐이 온다…지금이 티핑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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