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감사원이 실손의료보험과 건강보험의 청구·지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실손보험 가입자가 비가입자보다 과도하게 의료 서비스를 이용해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14일 감사원은 2018~2022년까지 10억 건의 보험 관련 자료를 분석한 '보험서비스 이용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는 비가입자에 비해 연평균 외래 진료 2.33일, 입원 진료 1.54일을 더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입자 기준으로 외래 7558만일, 입원 697만일이 추가로 발생했고, 2022년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의 의료비는 비가입자보다 약 12조 9400억 원 많았으며, 이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추가 부담은 약 3조 8300억 원에 달했다.
감사원은 가입 여부와 보험금 청구 여부를 기준으로 세 가지 시나리오로 분석했으며, 가입자가 비가입자 수준으로 의료 서비스를 이용했다면 최대 10조 9200억 원의 건보 재정 절감이 가능했을 것이라 밝혔다.
이와 함께 동일한 진료를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에 각각 다른 질병명으로 청구한 편법 사례가 5183만 건(46.5%)에 달했으며, 실손보험으로 지급된 금액만 10조 6000억 원에 이르렀다.
실손에서 보상 제외되는 정신질환·비만 등을 다른 질병으로 바꿔 청구한 사례도 102만 건이나 됐다.
건강보험에는 청구하지 않고 실손보험만 청구한 730만 건 중 일부는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정황도 확인됐다. 특정 병원을 분석한 결과, 미용시술 후 도수치료로 청구하거나, 항암 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 청구한 사례가 포함됐다.
또한 자동차보험에서는 치료비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향후치료비' 명목으로 지급된 사례가 전체의 48%를 차지했으며, 이 중 대부분은 사고 후 실제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간 지급 정보를 연계하고, 민간 보험사가 사고 정보를 건보공단에 통보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관계기관에 권고했다.
park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