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제2의 도시 과달라하라에 사는 27살의 다니엘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건 지난 2022년 11월 어느 아침. 그는 교차로에서 자동차 유리를 닦고 있었다. 어머니 카르멘이 마지막 목격자였다. 그 후 30분 뒤 권총을 든 남성을 포함한 2명이 건장한 체격의 다니엘을 붙잡아 SUV 차량 뒷자석으로 그를 밀어넣었다.

2년 4개월여 만에 다니엘의 흔적이 다시 발견된 건 지난 3월 과달라하라에서 서쪽으로 약 56㎞ 떨어진 테우치틀란의 이사기레 목장에서였다. 멕시코의 한 실종자 수색 단체가 찾아낸 이 곳에는 철조망과 타이어로 만든 훈련용 장비들과 탄피들이 어지러이 흩어져있었다. 건물 한 켠에는 옷더미와 신발들이 쌓여있었고 바닥을 파헤치자 작은 뼛조각들이 나타났다.
카르멘은 이곳에서 실종 당시 아들이 입고 있었던 청바지와 동일한 브랜드와 같은 색상의 청바지를 발견했다. 현지 언론은 할리스코주의 주도인 과달라하라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마약밀매 갱단인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이 신입 단원을 훈련하며 시신을 처리한 장소로 보인다고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갑작스레 실종된 사례는 다니엘뿐만이 아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과달라하라가 속한 할리스코주는 멕시코에서 가장 많은 실종자 수(1만5700명)를 기록하고 있다. 멕시코 전역에선 13만2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실종 상태다. 유엔 강제실종위원회는(CED)는 올해 4월 “멕시코 내 실종 사태는 단순한 개별 사건이 아니라 광범위하고 조직적 체계로 발생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1980년대에도 과달라하라는 막대한 양의 코카인과 마리화나를 미국으로 밀수출하는 본거지로 악명 높았다. 그래도 갱단들은 도시에선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마약밀매 조직들이 지역사회를 장악하고 마약 및 밀수품 갈취와 판매로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게다가 인구 500만명 규모의 과달라하라는 ‘멕시코의 실리콘밸리’라는 별명이 붙은 곳으로, 내전이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도 아니라고 WP는 지적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조별 리그 4경기도 이 곳에서 치러진다.

2023년 사이언스지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멕시코 마약 조직들은 다른 갱단과의 충돌이나 체포, 탈퇴에 따른 전력 손실을 막기 위해 매주 350~370명의 신규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는 자발적으로 들어가지만 나머지는 강제로 끌려간다. BBC도 멕시코에서 대부분의 실종은 2007년 당시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지극히 낮은 범죄 처벌률도 강제 실종이 끊이지 않는 원인으로 꼽힌다. WP에 따르면 지난해 할리스코주에서 신고된 범죄 중 유죄 판결이 나온 경우는 약 1%에 불과했다. 공무원이나 경찰이 마약 조직과 범죄를 공모한 정황도 종종 드러난다. 올해 5월 테우치틀란의 현직 시장이 이레기사 지역의 갱단에 총기, 순찰 차량 등을 건넨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대가로 매월 3500달러(약480만원)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국제 실종자의 날을 맞아 멕시코 전역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실종자 단체는 정부의 방임도 큰 문제라는 입장이다. 과달라하라의 한 실종자 단체 관계자는 WP에 “월드컵이 다가오고 있는데, 정부는 이미지 관리에만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