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모범생 아들 죽인 친모 배후엔 옆집 여자 있었다

2025-09-14

17살 모범생 아들을 죽인 친모의 배후엔 옆집 사람이 있었다. ‘아들에게 악마가 씌었다’는 악마 홍씨의 말을 듣고 아들을 ‘죽을 때까지 때려’ 학대한 친모에게 진짜 악마가 씌였던 것 아닐까.

지난 1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7시간의 살인 시나리오 - 누가 17세 소년을 죽였나’라는 부제로 부산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 사건을 추적했다.

지난 1월 4일 새벽 2시 반경, 119에 긴박한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아파트가 떠나갈 정도로 오열하던 신고자는, 고1 윤여준(가명) 군의 어머니였다. 119와 경찰이 집에 도착했을 때, 여준군은 창백한 얼굴로 온몸에 멍과 상처가 가득했다. 심폐소생술을 하며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아이는 외상성 쇼크로 이내 사망했다.

상당히 오랜 시간 심각한 폭행이 이루어졌고, 날카롭고 단단한 도구가 쓰인 흔적도 17살 아이의 몸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전문의는 이례적으로 참혹했던 시신을 떠올리며 “온 몸은 검붉게 얼룩이 지고, 멍 자국 사이로 맞고 긁힌 상처가 수없이 남아있었다. 가혹한 폭행을 당해 사망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아들을 살려달라고 애원한 친모 안 씨(가명)가 스스로 범행을 인정해 충격을 안겼다. 또 집안 곳곳에는 폭행의 흔적이 남아있었고, 피를 닦아내고 상처를 소독한 흔적도 확인됐다. 체포된 안 씨는 아들을 때린 건 인정하면서도 사망할 줄 몰랐다며 오열했다.

안 씨의 연락을 받고 경찰에 신고한 것은 바로 앞집 여성 홍 씨였다. 사망한 여준군의 동생은 홍 씨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자기 집에 와서 오빠와 자신의 공부를 가르쳐주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홍 씨는 당일 여준이가 안 씨에게 폭행 당한 것을 알았지만, 예전부터 체벌이 있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홍 씨는 여준이 불량한 학교 생활을 하고 비행을 일으키는 문제아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여준의 친구들과 학교 관계자들의 말은 홍 씨와 정 반대였다. 다들 “여준은 비행이나 불량과는 거리가 먼 모범생이었으며, 그 나이에 그만큼 말 잘듣는 애도 없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여준의 모친 안 씨에 대한 주변 평도 마찬가지였다. 동료들은 안 씨에 대해 “남편과 이혼하고 두 자녀를 홀로 억척스레 키웠으며,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했다. 순한 사람이다.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경악했다.

여준의 사망 전날 평소와 다름없이 일한 안 씨는 근무 시간을 채우지 않고 조금 일찍 퇴근해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부터 새벽 1시경까지 집안에서 7시간 동안 아들을 학대했다. 아들과 팔과 다리를 결박하고 테이프로 입을 막은 채, 허벅지에 뜨거운 물을 붓거나 나무 막대기와 철제 옷걸이로 셀 수 없이 구타했다. 안 씨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누워있던 여준에게도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안 씨는 아들이 안좋은 행실에 버릇을 고쳐야겠다는 마음으로 폭행을 했다고 했다. 그러나 여준은 학교에서 장학생으로 추천받을 만큼 모범적인 생활을 했으며, 평판도 좋았다. 그러나 정작 엄마는 아이에 대해 ‘거짓말을 잘하고 나쁜 본성이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수 년간 아들을 일주일에 2~3회 정도 폭행했으며, 안 씨의 폭력 수위는 점점 높아졌다.

안 씨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유일하게 알고 있었던 건 이웃집 홍 씨였다. 여준이 응급실에 실려간 후 병원으로 향하면서도 안 씨는 홍씨와 통화하며 상황을 공유했다. 16년 전 비슷한 시기에 이사온 두 사람은 또래 아이를 키우는 공통점으로 친해졌다. 그리고 안 씨의 이혼 후 더 가까운 사이가 됐다. 홍씨는 공부방을 운영하며 안 씨에게 아이들의 공부를 맡기라고 제안했다. 아이들은 이모라 부르며 홍 씨를 따랐지만, 홍 씨는 체벌로 아이들을 통제했다.

특히 여준이 중학생이 되자 홍 씨는 점점 강압적으로 변했다. 안 씨가 아들을 감싸면 안 씨까지 나무랐고, 안 씨는 홍 씨와 함께 아들을 체벌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평소여준 뿐 아니라 여준의 동생까지 벌을 세우고 욕설을 퍼부었다. 아이들은 이들이 시키는대로 먹고 자고 화장실에 가는 것 까지 허락을 받았으며, 학교에 1시간 넘게 걸어 다니며 서로를 감시했다. 안 씨는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낸 홍 씨가 ‘여준의 타고난 본성이 나빠 그걸 눌러줘야한다고 했다”며 절대적인 믿음을 보였다. 안 씨는 아들이 죽고 난 후 경찰 조사 중에서도 홍 씨에 대해 두둔하기도 했다. 완벽한 가스라이팅 상태 였던 거다.

전문가는 “지배적인 성격과 의존적인 성격이 만나 치명적인 결합이 됐다. 자존감이 낮고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는 안 씨가 유능하고 자신감이 높은 이웃을 만난 거다. 그리고 홍 씨는 안 씨가 지시하는 대로 잘 따르니까 유능감을 느끼고 점점 더 완전하게 지배 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본성이 진짜 못된 놈이거든.주둥이 막고 묶어라. 정말 반 죽도록 패야 된다.”

제작진은 사건 당일 엄마 안 씨와 앞집 여성 홍 씨가 나눈 충격적인 통화 음성과 대화 내역을 확보했다. 홍씨는 이전부터 매일 안 씨와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으며 이날의 폭행 역시 이미 알고 있었고, 두 사람은 스피커폰으로 폭행 상황을 세세히 공유했다. 홍 씨는 안 씨가 여준이를 때리겠다고 하자 정답이라는 듯 말했고, 폭행 방법을 세세하게 지시했다. 그러다 여준의 상태가 나빠지자 홍 씨는 폭행을 멈추고 설탕물을 먹이고 소독을 하게 하기도 했다.

전문가는 “심리적 종속 상태에 놓이게 되면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는다. 두 사람의 대화는 이웃 친구 간의 대화가 아니다. 홍 씨는 안 씨에게 계속 핀잔을 주고 공격하고 욕설한다. 이미 심리적 종속 상태가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엄마는)아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한 게 아니라 생각을 안 한 거라고 보는게 맞을 것”이라면서 “사망하니 현실을 자각한거다. 홍 씨는 체벌로 인해 아이가 잘못될 수 있었던 것을 엄마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중간중간 아이를 체크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안 씨와 홍 씨에 대해 공유 정신증을 언급했다. 그는 “주된 인물이 망상을 갖고 있고 폐쇄된 환경에서 그 옆에 있는 사람이 정서적으로 주축 되는 사람에게 의존해 있으면 주축의 망상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전염되는 정신증”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홍 씨는 안 씨를 가스라이팅해 무엇을 얻었을까.

안 씨는 수입의 대부분을 홍 씨에게 지급했고, 사건이 벌어질 즈음엔 매달 500만 원을 보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안 씨는 친언니에게 1억 5000만원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친언니는 “동생이 평소 친정 식구들에게 돈을 자주 빌렸는데, 홍 씨가 자신의 대출금을 동생에게 갚으라고 했다더라”고 말해 더욱 충격을 안겼다.

전문가는 “아들과 딸에게 잔혹한 학대를 하면서까지 ‘나 당신 하라는대로 하고 있어, 나 잘하고 있지’ 한거다. 홍 씨로부터 인정과 칭찬만이 안 씨를 지탱하는 유일한 낙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두 아이를 남들 보기에 버젓해 보이도록 키우고 싶은데 확신이 부족한 상태에서 홍 씨의 지시에 따르면 고민하지 않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거다. 안 씨는 자기 삶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게을리하는 타입”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또 홍 씨에 대해 “홍 씨도 사실은 낮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데 안 씨가 자기에게 교주처럼 의지하고 자기 말만 기다리고 따르는 걸 보면서 자존감을 채운 것”이라며 “심리적 만족, 욕구불만 해소, 우월감, 금전적 이익을 얻었다. 나쁜 짓하면서 쉽게 돈을 번 것”이라고 말했다.

더 슬픈 것은 고등학생던 여준이가 마음만 먹으면 쉽게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고등학생이 이렇게 무방비로 맞고 사망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면서 “학대 가해자가 엄마니까 (외부에)도움을 요청했을 때 어머니가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한거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견뎌낸 거다. 엄마와 동생을 지키기 위해. 아이는 부모에게 학대 당하는 순간에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을 거다. 이 사건은 너무 슬픈 사건”이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전문가는 또 “급성 신부전증으로 한 달 간 병원에 입원했을 때, 의료진이 이 지옥같은 현실을 알아줄 것을 기대했을거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것을 보며 나는 못 벗어나는구나, 이건 숙명이구나 생각했을거다. 7시간의 학대로 사망했지만 이 전부터 죽어가고 있다고 봐야한다”며 여준의 위험을 알아채지 못한 사회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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