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태블릿은 쏟아지는데…정작 없는 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2025-08-27

“기업이 단발성 프로그램으로 디지털 교육을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디지털 시대라면 이런 교육이 학교 안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디지털을 활용한 학습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체계적인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초·중등 교육과정에서는 디지털 기반 수업이 진행 중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023년 관내 중학생을 대상으로 7만여 대의 교육용 스마트 기기인 디벗을 보급했고, 올해는 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보급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전북교육청은 2023년부터 '1인 1스마트기기 보급' 사업을 통해 태플릿PC를 초등학교에 보급했다.

초·중·고교에서는 이외에도 다양한 디지털 기기와 코스웨어, 전자 칠판, 영상 자료 등 디지털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학교를 벗어나도 가정과 사교육 영역에서도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교육은 확산하는 추세다.

그러나 정작 건전한 디지털 활용을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좀처럼 주목받지 못한다. 한 교육 관계자는 “교육정보화부터 시작해 ICT 교육을 거쳐 인공지능(AI) 시대로 가고 있는 지금까지 한 번도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체계회된 적 없다”며 “홍보성, 이벤트성 사업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끌고 가다 보니 학교 현장에서는 '학교 밖의 일'이라는 인식이 생겼다”고 비판했다.

각 시도교육청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위한 자료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지만 교육과정에 편성되지 않으면 실효성은 떨어진다. 최근 한국교원대와 손잡고 중학교 디지털 리터러시 자료를 만든 충북교육청은 지난해 초등학생 대상 디지털 리터러시도 준비했다.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초등학교는 리터러시 교육을 할 정보교과가 없어 교육과정에 편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교육과정 편성을 위해서는 학교운영위원회 동의가 필요한데 여기에 수반되는 자료까지 교육청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제도적 차원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중요하게 다룬다. 미디어 교육 정책을 최초로 개발한 핀란드는 2019년 체계적이고 고품질의 미디어 교육 이행 방안을 담은 정책 문건을 발간했다. 2025년 상반기에는 미디어 교육 평가를 통해 다양한 사회계층의 의견을 반영하고, 교육문화부가 교육 지침을 수정할 계획이다.

미국 뉴저지 주는 2022년 11월 미국 최초 미디어 리터러시 의무 교육과정을 도입했다. 교육과정 대상은 유·초·중등학생으로 주 정부 차원의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채택한다. 호주는 모든 주의 초·중등 교육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가 포함돼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현대 사회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는 소득과 문화 등 사회적 차원의 격차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구덕회 서울교대 교수는 “공교육에서 체계적인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교육이 성행하고, 사립초나 국제학교에서는 엄청난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공교육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사교육으로 떠넘기는 문제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다른 교과교육처럼 체계적으로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도 교육과정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수업시수 확보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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