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 내가 입힌 코드에 자동차처럼 생긴 로봇이 진짜 움직여요!”
2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단국대학교부속소프트웨어고등학교(단대소프트고) 교실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책상 위에 놓인 작은 모빌리티 로봇에 코드를 입히자 로봇은 장애물을 스스로 피해 앞으로 나아갔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은 눈빛을 주고받으며 동시에 환호했다.
이번 행사는 '2025 우즈베키스탄 부하라42학교 내방 메이커교실' 로 단대소프트고 학생 8명과 우즈베키스탄 부하라42학교 학생 8명이 짝을 이뤄 참여했다. 학생들은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스마트 모빌리티의 개념을 배우고, 로봇청소기를 직접 구동해보는 등 프로젝트 실습을 진행했다. 단대소프트고가 주관하고 창업진흥원과 강남구가 후원, 운영은 이티에듀가 맡았다.
수업은 소형 전자제어 보드인 아두이노를 활용한 기초 실습으로 시작해 회로와 소프트웨어(SW) 코딩 이해, 자율·원격·라인 주행 원리 학습으로 이어졌다. 처음엔 어색하던 학생들도 한국어와 영어, 제스처와 웃음이 어우러지자 교실은 금세 웃음과 활기로 가득 찼다.
처음 공개된 상자 안에는 작은 아두이노 로봇이 들어 있었다.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은 상자에서 회로와 바퀴가 달린 로봇을 꺼내 들며 “신기하다, 처음 본다”고 말했다. 자동차 앞부분의 센서를 보고는 “눈 같다”는 반응을 보였고, 한국 학생이 “맞아, 자동차의 눈이야”라고 답했다.
교사는 “아두이노가 복잡한 회로 설계나 납땜 없이 케이블만 꽂아도 전기가 흐르도록 설계된 보드”라고 설명했다.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은 코드를 연습해 업로드 했고, 자신이 만든 명령이 실제 로봇을 움직인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디지털·아날로그 신호의 차이와 센서·모터 쉴드의 구조를 배우며 “하드웨어와 SW가 합쳐져 움직이는 것이 피지컬 컴퓨팅”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학생들은 여덟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특수 바퀴 '메카넘 휠'이 장착된 자동차가 앞·뒤·대각선 등 여덟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원리를 익혔다. 이어 begin, setspeed, sm.moveTo와 같은 함수를 배우며 “앞으로 1초간 움직이라”는 식의 명령을 직접 작성했다. 몇 줄 안 되는 코드였지만 로봇이 실제로 반응하며 움직이자 원리를 깨달은 듯 학생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자신이 만든 로봇으로 경주를 벌일 때는 응원과 함성이 더해졌다. 한 학생이 “이 코드를 3번 미션으로 바꾸고 싶어. 뭘 바꾸면 될까?”라고 묻자, 옆자리 한국 학생이 “숫자를 바꾸면 돼”라고 답하며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췄다.
황지성 군(단대소프트고 2학년)은 “외국 친구와 함께하며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우즈베키스탄 친구가 한국어를 잘해 놀랍고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마블루다혼 학생은 “코드를 보면 흥미로웠는데 접해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한국에 와서 경험할 수 있었다” 며 “직접 코드를 넣어보고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고 인공지능(AI) 원리라는 것도 놀랍다”며 소감을 전했다.
두 번째 실습은 초음파 센서를 활용한 로봇청소기 제작이었다. 학생들은 센서가 장애물을 인식하고 회피하는 코드를 작성했다. 로봇이 스스로 방향을 바꾸자 교실은 다시 환호로 가득 찼다.
유현우 군(단대소프트고 2학년)은 “외국인 친구와 함께해 더 흥미로웠고, 우즈베키스탄 친구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재미있다. 서로 도우며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비즈쿨 글로벌 링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린 이번 메이커교실은 단순한 실습수업이 아니라, 한국의 교육과 문화를 알리며 미래 세대 간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는 전국 몇몇 고등학교를 거점으로 해외 학생들에게 다양한 수업을 제공하는 글로벌 교류 프로그램 중 하나다.
프로그램을 제안한 박종필 대구 대건고등학교 교사는 “비즈쿨 글로벌 링크를 시작한 지 3년이 됐는데 처음엔 우즈베키스탄 학교에 보낸 메일 하나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학생들과 교류가 이어질 만큼 성장했다”며 “해외 학생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일은 국내 학생들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기획하고 창업으로 발전시키는 경험이 중요한 시대에, 이런 글로벌 교류는 학생들에게 큰 자산이 된다”고 전했다.
이우성 단대소프트고 교사는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이 소프트웨어 고등학교를 방문한 것은 글로벌 시장 속에서 창의적 협업 역량을 기르는 데 의의가 있다”라며 “한국 학생들은 글로벌 감각과 협업을,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은 첨단 SW와 AI 기술을 배우는 기회를 얻어 서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이 직접 작성한 코드로 움직였던 작은 로봇은 단순한 실습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저마다 만든 로봇으로 경주를 벌일 때는 열기가 뜨거웠고, 마지막 순간 기념사진을 찍으며 이별을 아쉬워했다.
송기달 단대소프트고 교장은 “학생들은 언어와 모습은 다르지만 배우려는 열정은 같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학생들이 소프트웨어를 제작하고 이를 상용화, 창업 등으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