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추도식, 올해도 ‘강제동원’ 언급 한 마디 없었다···“윤 정부 외교 실패”

2025-09-13

추도사서 ‘조선인 강제로 끌고 왔다’ 사실 빠져

“작년 7월 협의 내용, 한·일 양국 설명부터 달라”

‘군함도’ 때 패배···유네스코 가져가기도 어려워

일본 정부가 올해도 ‘사도광산 추도식’에서 조선인 강제동원을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는 추도식에 차관급인 정무관이 참석했지만 올해는 국장급이 참석해 격도 낮췄다. 전문가들은 “사도광산 문제를 협상했던 윤석열 정부가 일본 정부의 의도를 잘못 이해했거나, 알면서도 국내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결과”라고 꼬집었다.

13일 오후 1시 30분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 서쪽에 있는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사도광산 추도식’이 열렸다.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한 오카노 유키코 외무성 국제문화교류심의관(국장급)은 추도사에서 “광산 노동자분들 중에는 한반도에서 온 많은 분도 포함됐다”며 “종전까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심지어 아쉽게도 이 땅에서 돌아가신 분들도 계시다”고 말했다. 조선인 강제동원과 관련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언급한 것으로 ‘조선인을 강제로 끌고 왔다’는 사실 자체가 빠졌다.

박정진 일본 쓰다주쿠대 교수는 “일본 정부의 태도는 이미 예상된 것”이라며 “지난해 7월, 사도광산을 둘러싼 협의 내용을 두고 한국, 일본이 각각 설명한 내용부터 달랐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일본은 이미 ‘강제동원’이라는 표현 자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강제동원’ 표현이 담길 것처럼 알려졌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일본 정부가 사용하지 않는 ‘강제동원’이란 용어를 사도광산 문제에서만 쓸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며 “당시 한국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정확히 무슨 용어를 사용해 추도할 것인지 설명을 들은 것인지조차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제동원 문제를 각자 국내에서 유리한 방향으로 설명하는 ‘상호 양해 사항’으로 두고 넘어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를 유네스코에 호소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 한국 이사를 맡은 강동진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유네스코에 이 문제를 가져가 봐야 양국이 해결할 문제로 여길 것”이라며 “제47차 유네스코 회의에서 군함도 등에 대한 일본의 후속 조치 평가를 정식 의제로 올리려다 일본과의 표 대결에서 패배한 것이 사도광산 문제도 악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7월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제47차 회의에서 한국은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군함도 등)’에 대한 후속 조치 평가를 정식 의제로 올리려 했지만, 일본이 ‘의제 삭제 수정안’을 제출해 표 대결을 벌인 바 있다. 21개 위원국이 비밀투표를 해 찬성 7표, 반대 3표, 기권 11표로 한국 측 안건이 즉시 폐기됐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 연구위원은 “사도광산 추도식은 앞으로도 강제동원 언급 없이 격을 낮추고,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굳어질 것 같다”며 “일본은 유네스코에 합의대로 추도식을 진행하고 있는데 한국이 억지를 부린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한국 정부가 일본 시민단체와 연합해 별도의 추도식을 추진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매해 10월 마지막 주 토요일이면 사도시 아이카와마치에 있는 작은 사찰 ‘소겐사’에서 일본 시민단체가 사도광산 노동자를 추도하는 작은 추도식을 열고 있다. 추도 대상에는 ‘조선인 광부’가 포함돼 있다. 이들이 공개한 2022년 추도문에는 “중요한 것은 과거의 역사를 은폐하고 스스로가 저지른 죄에서 눈을 돌리는 것이 아닌 가혹한 사실이라도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한 다음, 미래를 향해 신뢰와 우호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표현이 담겼다.

문제는 정부가 이를 알고 있는지조차 의문이라는 점이다. 이날도 한국 정부는 “올해도 자체 추도식을 열 예정이며, 시기는 가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원론적 견해를 되풀이했다. 정 위원은 “정부가 일본 측 고위급 인사 누가 참석하냐, 추도사에 무슨 단어가 들어가느냐에만 집착하는데 우리가 주도하는 행사를 키워나갈 생각을 해야 한다”며 “이 문제가 앞으로 매해 반복될 것인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해야 하는데 매해 담당자가 바뀌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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