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업무 효율화와 모듈러 공법 확대 전환 속도 붙어
'스마트 건설·무인화 시공' 전환 통해 '탈현장' 강화 나서
기존 공법 중심 확산 여건 미흡…정부와 업계 협력 절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건설업계가 인력난·공사비 상승·안전 문제 등 삼중고 속에서 AI(인공지능)와 모듈러 공법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 건설·무인화 시공'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정 효율화, 공기 단축, 품질 안정, 안전성 강화 등 복합적인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들이 AI를 기반으로 한 업무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AI를 현장뿐 아니라 계약·법률 문서 자동 분석, 발주 조건 비교 등 업무 전반으로 확대 적용하는 모양새다.
먼저 GS건설은 디지털 플랫폼 '자이북(Xi-Book)'을 개발했다. 자이북은 500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학습해 시공자의 질문에 맞춰 관련 기준을 설명하고 영상∙링크를 함께 제공해 현장 활용도를 높인다.
지난해에는 AI 기반 실시간 번역 프로그램 '자이 보이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건설 현장의 외국인 노동자 수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어 음성을 120여 개 언어로 번역해 외국인 근로자와의 소통 장벽을 낮춘 것이다.
허윤홍 GS건설 대표는 올해 열린 임원 워크숍에서 "AI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이제는 흐름에 따르거나 이를 앞서 이끄는 것이 선택이 아닌 생존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취임 이후 워크숍 주제를 세 번째로 'AI'로 설정하며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사내 업무 플랫폼 '어깨동무M'에 AI 번역 기능을 탑재, 출입 확인·안전 공지·업무 알림을 다국어로 제공한다. 대우건설도 영문 이메일 초안 작성과 계약서 분석을 지원하는 '바로레터 AI'를 개발했다.
이밖에 롯데건설은 드론과 AI를 결합한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을 전국 아파트 현장 80% 이상에 도입했다. 드론 영상 분석으로 안전모 미착용, 낙하물 위험 등 이상 징후를 실시간 감지해 관리자에게 즉시 경고해 준다.
◆ 모듈러 등 OSC공법 도입도 확산…공기 단축∙시공 품질 확보
이른바 '조립식' 건축이라 불리는 모듈러 공법 도입도 확산되고 있다. 모듈러 건축은 공장에서 주요 부품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대표적 탈현장(Off-Site Construction, OSC) 건축 방식이다. 시공 속도와 품질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공사 중 사고 위험이나 환경오염 발생도 줄일 수 있다.
현대건설은 로봇 AI 기반 목조 모듈러 전문기업과 협력해 친환경 모듈러 주택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아파트 부속시설에 고정밀 자동화 기술을 적용해 시공 효율성을 높이며, 현장 작업을 최소화한다.
GS건설은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를 통해 연간 300가구 생산이 가능한 스마트 공장을 운영, 국내 모듈러 시장 선도 체제를 구축했다. 올해 초 LH가 발주한 '강화신문 2단지' 모듈러 주택도 성공적으로 완공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고층 모듈러 기술력을 앞세워 공공임대주택 분야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계룡건설과 함께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12층 규모 모듈러 주택 2개 동(450가구, 900모듈)을 포함한 총 1327가구를 시공 중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이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을 전담한다.
◆ 건설업계 '구조적 문제' 해법이지만…한계도 여전
AI와 모듈러 등 스마트 건설이 주목받는 이유는 공정 간소화, 품질 표준화, 공기 단축, 안전 강화 등 건설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응책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탈현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정부도 2025년을 '모듈러 건축 활성화 원년'으로 삼았다. 공업화 주택 공공 발주 물량 확대, 중고층 모듈러 기술 개발, 하이브리드 구조 고도화 등을 추진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고 에너지 절감·환경 부담 완화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인허가·발주제도·건축 규제 등이 여전히 기존 공법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모듈러 확산 여건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또 현재까지는 발주물량도 부족해 정부 주도 실증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복합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과 공정 혁신이 필수적"이라며 "정부와 업계가 긴밀히 협력해 현실에 맞는 지원 정책과 규제 개선을 병행해야만, 안정적인 정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