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디자인싱킹이 세상을 바꾼다

2025-05-19

광풍과도 같은 변혁의 시대 속에 디자인은 더 이상 ‘예쁜 것’을 만드는 작업에 머물지 않는다. 오늘날의 디자인은 문제를 정의하고 사람 중심의 해법을 찾는 방식, 바로 ‘디자인싱킹’이다. 디자인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생각을 디자인하는 방법이다.

실리콘밸리의 혁신 기업들이 의사결정의 중심 도구로 삼고 있는 이 방법론은 사용자의 관점에서 문제를 재해석하고 창의적 발상을 반복 실험하며 구체적인 해결안을 도출한다. 이 과정은 창작의 영역에서 벗어나 산업 현장, 도시의 공공 문제 해결에도 적용되며 행정·교육·복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창조적 혁신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세계 디자인 교육의 선두 주자인 스탠퍼드대의 D스쿨은 디자인싱킹 교육의 가능성을 도시문제 해결에까지 확장했다. 이곳에서는 공학·사회학·경영학·의학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협업하며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디자인적 사고로 풀어낸다. D스쿨이 제시한 디자인싱킹 5단계 (공감, 정의, 아이디어 도출, 시제품 제작, 테스트)는 전 세계 혁신 교육의 기본 틀이 됐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역시 디자인싱킹과 유사한 접근 방식을 경영과 제품 개발에 적용하고 있다. 그는 경영과 제품 개발 과정에서 ‘제1원리’ 사고방식을 적용해 기존 관행에 도전하고 있다. 제1원리 사고란 복잡한 문제를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분해한 뒤 기존의 가정이나 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핀란드는 국가 교육과정에 디자인 기반의 문제 해결 과정을 도입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현실 세계의 문제를 설계하고 해결하는 교육’을 통해 시민의 창의 역량과 사회참여 능력을 동시에 기르고 있다. 이는 디자인 교육이 단순한 예술·기술 교육을 넘어 시민 민주주의의 토대를 만든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교육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협업으로 해법을 찾아가는 시민이 많아질수록 도시는 더 지속 가능하고 유연한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

서울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 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디자인을 도시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시민과 실무자 대상 디자인싱킹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28일과 29일 DDP에서는 구글의 인공지능(AI) 전문가와 스탠퍼드 D스쿨의 교육자가 함께하는 ‘AI와 디자인싱킹 세미나’가 열린다. 디자인 전공자는 물론 일반 시민, 공무원도 참여할 수 있는 이 세미나는 기술 중심 시대에 창의적 관점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그것이 우리 일상과 도시문제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직접 체감할 기회다.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기술 혁신, 기후 위기, 인구구조 변화, 불평등, 공간의 고립 등등의 문제 앞에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해답을 찾기 어렵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하는 관점의 전환이다. 디자인싱킹은 해결책 이전에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 과정은 시민과 행정, 기업과 교육 현장에 모두 적용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하나의 문제에 모아 협업하게 만들고 낯선 시각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한다.

그 시작은 바로 디자인 교육이다. 창의적 문제 해결 역량은 더 이상 일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 개개인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이 되고 있다. 서울은 지금, 생각이 바뀌면 세상이 바뀌는 도시 혁신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