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야구장에 온 듯 '생생'…복합문화 공간으로 변신하는 영화관

2025-06-02

[서울=뉴스핌] 최문선 인턴기자 = 영화관이 단순한 영화 상영을 넘어 새로운 복합 문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4년 영화 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영화관 관객 수는 약 1억 2313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약 2억 명) 대비 62% 수준에 그쳤다. 여전히 회복세가 더디다.

이에 따라 영화관들은 단순 영화 상영을 넘어 다양한 콘텐츠와 이색 이벤트를 도입하며 관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음악 공연, 스포츠 생중계, 팬미팅 중계 등 새로운 장르를 스크린에 올리며, 영화관은 점차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K팝 콘서트 실황의 스크린 상영이다. 방탄소년단, 세븐틴, 블랙핑크, 에스파 등 인기 그룹의 해외 투어나 콘서트가 영화관 스크린을 통해 상영되면서, 영화관은 '제2의 공연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은 방탄소년단의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서울' 2회차 공연을 생중계해 순식간에 티켓 약 50000장을 판매했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75개국 영화관 3711곳에서도 라이브 뷰잉을 진행해 약 403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올해에도 아이유, 세븐틴, 에이티즈, 아이브 등 주요 아티스트들이 콘서트 실황을 극장에서 선보이며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최근 CGV는 프로야구 인기팀의 경기를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다. CGV의 스크린엑스 라이브는 실시간 경기 장면을 중앙 스크린 뿐만 아니라 좌·우 벽면까지 확장해 송출하는 극장 생중계로 5.1채널 서라운드 사운드와 함께 압도적인 현장감을 느낄 수 있어 많은 야구 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롯데시네마도 지난 2년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생중계해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열린 도르트문트와 레알 마드리드의 결승전은 전석 매진에 가까운 예매율을 기록하며 영화관 스포츠 중계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대형 스크린과 입체 음향, 극장 내 먹거리를 곁들인 단체 응원은 기존 TV 중계와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며, 팬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영화관만의 '직관'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사실 공연·스포츠 실황 상영 자체는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팬데믹 이전에도 일부 상영관에서는 뮤지컬, 오페라, 발레 등의 고전 공연이나 K팝 스타의 콘서트 영상이 상영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영화 산업 전반의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관들도 살아남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찾고 있다. 제작되는 영화들이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OTT 등의 영향으로 회복 불가능할 것이다. 영화관 입장에서는 영화를 대신할 콘텐츠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다중이 즐기는 콘서트 뮤지컬 스포츠중계 등을 활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콘서트 뮤지컬 스포츠중계 등을 편리한 접근성, 저렴한 가격에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영화관과 소비자 모두 이익을 보는 윈윈구조다. 영화관은 많은 돈을 들여 만든 공간이다. 복합공간으로 활용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관객 감소와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영화관의 이런 변화는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이 되고있다. 또한 음악, 스포츠, 예능 등 다양한 라이브 콘텐츠가 영화관으로 유입되면서 영화관은 단순한 영화 상영 공간을 넘어 '멀티 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스크린 속 콘텐츠뿐 아니라 관객의 취향과 경험에 맞춰 구성되는 입체적 문화 공간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moonddo0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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