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세종대학교(총장 엄종화) 환경융합공학과 정지훈 교수 연구팀은 광주과학기술원 윤진호 교수, 카이스트 김형준 교수 등과 함께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최근 수십 년간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며 폭염과 가뭄을 동시에 유발하는 대규모 대기 원격상관 패턴, 즉 ‘유라시아 횡단 폭염-가뭄 열차(Trans-Eurasian Heatwave-Drought Train, TEHD)’의 출현과 강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보다 빈번하고 강력해지고 있는 폭염은 토양 수분을 급격히 증발시켜 가뭄까지 유발할 수 있다. 이렇게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발생하는 폭염-가뭄 복합재해는 농업 생산성 감소, 수자원 부족, 산불 증가 등 심각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초래한다. 특히 최근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이러한 복합재해가 급증하고 있어 그 원인 규명과 대응 정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 교수 연구팀은 1979~2022년의 관측 자료와 300년에 걸친 나이테 데이터를 분석해, TEHD 패턴의 강도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력해졌음을 입증했다. 이러한 패턴 강화의 배경에는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지구 평균 기온 상승, 북서대서양 해수면 온도 상승, 아프리카 사헬 지역 강수 증가에 따른 로스비파(Rossby wave) 전파 강화, 그리고 지역적 토양 수분 고갈로 인한 지면-대기 상호작용 증폭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연구팀은 최신 기후모델(CMIP6) 시뮬레이션을 통해, 향후 인간 활동에 의한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이 유라시아 폭염-가뭄 패턴이 더욱 강력해질 것임을 예측했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향후 더욱 빈번하고 극심한 폭염-가뭄 복합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2016년과 2018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폭염과 급성 가뭄이 유라시아 폭염-가뭄 패턴과 관련돼 있음이 확인됐다.
정지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 변화가 대륙 규모의 폭염-가뭄 복합재해 패턴을 강화시켰음을 구체적으로 입증한 것”이라며,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폭염-가뭄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장기적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기상청-세종대 가뭄특화 연구센터 및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적 권위의 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