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겸 화가 박기웅과 일본 작가 센가 켄토가 화이트스톤갤러리에서 다채로운 작품을 대거 선보인다.
24일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위치한 화이트스톤갤러리에서는 박기웅의 개인전 '퓨처 슈퍼히어로(Future Superhero)'와 일본 작가 센가 켄토의 '에센스 오브 러브(Essence of Love)' 전시 프레스 투어가 진행됐다.

배우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박기웅은 이번 개인전 '퓨처 슈퍼히어로'를 통해 배우로서 갈고 닦은 감정의 언어와 작가로서의 조형적 시선을 결합해 더욱 확장된 예술 세계를 선보인다. 어린 시절 품었던 '미래에 나는 슈퍼히어로가 되어 있을 거야'라는 꿈에서 이번 전시가 시작됐다.
이날 박기웅은 "제가 이전에 '빌런' 시리즈를 통해 작품 속 빌런을 배우의 입장에서 풀어내면서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받고 사랑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빌런과 히어로의 중간자적인 모습을 전시에 담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전시 '퓨처 슈퍼히어로'에 대해 "어릴 적에는 대단한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크면서 현실의 벽이 부딪치고 좌절도 하면서 스스로가 초라해질 때도 있지만,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말을 이번 '퓨처 슈퍼히어로'의 캐릭터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다. 이번 작품 속 캐릭터를 매개로 모두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박기웅이 전시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슈퍼히어로'는 초월적인 존재는 아니다. 희미한 믿음 속에서도 끝내 방향을 잃지 않으려는 개인의 내면을 향한다.

그는 "저처럼 나이가 들어가는 관람객들에게는 아직 가능성의 문은 닫히지 않았다고 박수를 쳐드리고 싶었고, 젊은 세대들에게는 잘할 수 있다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등을 밀어주고 싶어서 조금은 잊힌, 지나간 캐릭터를 매개로 구성을 했다"고 부연했다.
박기웅은 그간 '빌런' 시리즈를 통해 조력자적 위치에 놓인 악역들의 감정과 서사를 회화로 풀어냈다. 특히 빌런에 대한 재해석, 핸드 페인틍 등의 새로운 기법을 시도하며 표현의 폭을 넓혀왔다. 이번 전시는 이와 같은 흐름의 연장선 위에서 실크스크린,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영웅'의 의미를 새롭게 그려냈다.
박 작가는 "이전 전시와 가장 달라진 점을 꼽자면 바로 '텍스트'이다. 작품이 많은 것들이 중첩되고 표현되면서 완성이 되는데 이번엔 텍스트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려고 했다. 텍스트가 의미를 전달하는 것도 있지만 이번에는 뭉개지게끔 표현을 했다. 흐려지고 잊히는 게 더욱 보고싶어하는 감정을 극대화할 것 같았다. 이 텍스트들은 제가 배우의 입장에서 바라본 영화 속 대사들을 발췌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작가 박기웅에게 가장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한 작품이 바로 조각물 '서스넛(SUSNUT)'이다. 그는 "이 시리즈를 통해 가장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약간 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시작은 호두"라며 "견과류인 너트와 서스펙트를 합쳐서 '서스넛'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소개된 작품들이 모두 신작인데, 많은 시간이 걸린 작품이 '스타니슬랍스키 시스템'이다. 보기엔 간단해 보일 수 있지만 9겹이 레이어드 돼 있다"고 덧붙였다.
'퓨처 슈퍼히어로'의 작품들 속에는 '배우 박기웅'의 모습이 많이 투영돼 있다. 대개 많은 배우들이 작가로 활동할 때 본업을 작품 세계에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박기웅은 정반대였다.
그는 "처음에는 미술과 연기가 분리가 될 줄 알았는데 쉽지가 않았다. 인생의 절반을 배우로 살았기 때문에 작품 활동을 하면서 다짐한 것들이 '척'하지 말자는 거였다"라며 "그러면서 배우로 살면서 제가 아는 개념을 작품에 담기 시작했다. '빌런' 시리즈를 하면서부터 척하지 않고 꾸밈없는 전시를 하려고 했다.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를 활용해서 선보이는 작품을 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이어 "이런 모습이 '액팅넛' 시리즈에 담겨있기도 하다. 예전에 학생들에게 연기 레슨을 해준 적이 있는데, 연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대사의 운율이다. 그걸 작품 속 텍스트를 통해 표현하고 싶어서 조금은 흔들리게도 표현하고, 해체도 시켜봤다"라며 "이 대사들은 영화 '다크나이트', '위플래시' 등의 대사를 발췌했다"고 말했다.

박기웅의 전시와 더불어 화이트스톤갤러리에서는 일본의 아이돌 그룹 Kis-My-Ft2의 멤버이자 다바연에서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아티스트 센가 켄토의 개인전 '에센스 오브 러브'를 선보인다. 센가 켄토는 이번 전시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지닌 역동성과 에너지를 표현했다.
'에센스 오브 러브'에서 센가 작가는 사랑이 어떻게 다양한 감정으로 구체화되는지를 조망한다. 기쁨과 설렘, 불안, 연약함을 애니메이션과 피규어, 회화를 통해 담아냈다.
센가 켄토는 "아이돌 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작품 속 캐릭터이자 '핑가이즘' 프로젝트는 손가락을 형상화했다. 일본에서는 안무를 만들 때 팬들과 함께 출 수 있는 쉬운 안무로 제작을 하는데, 제 팬들이 가장 먼저 기억한 안무가 손과 연관이 있어서 손모양으로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한국에서의 개인전을 위해 피규어와 작은 영상을 신작으로 선보였다. 대형 애니메이션을 통해 캐릭터들의 서사와 세계관이 나오는데, 이를 먼저 보시면 캐릭터들에 대한 이해가 더욱 빠르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기웅의 '퓨처 슈퍼히어로'와 센가 켄토의 '에센스 오브 러브'는 오는 25일부터 8월 24일까지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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