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속 160㎞ 강속구와 전에 없던 날카로운 변화구로 무장한 메이저리그(MLB) 투수들의 기세가 갈수록 더 무섭다. 압도적인 투수 우위의 구도가 확고해지고 있다. 이제는 110년 묵은 완봉 기록까지 위협을 받고 있다.
스포츠전문매체 디어슬레틱은 2025시즌을 ‘완봉의 해’로 규정했다. MLB 무대에서 거의 매일 완봉이 나오고 있고, 이제는 마치 일상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MLB 전체 일정의 55%를 소화한 7일까지 30개 구단의 완봉 경기는 총 204차례 나왔다. 시즌 마지막까지 지금 추세가 이어진다면 366차례 완봉 경기가 예상된다. MLB 역사를 통틀어 최다 기록이다. 기존 기록은 야구 규칙도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던 1915년 359차례였다. ‘현대 야구’가 정립됐다는 1920년 이후로 범위를 좁히면 1972년 357건이 최다 기록이다.
이번 시즌 완봉 경기는 말 그대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디어슬레틱에 따르면 7일 기준 최근 15일 동안 매일 완봉 경기가 나왔다. 최근 80일로 범위를 넓혀도 1차례 이상 완봉 경기가 나온 날이 74일이다. 딱 6일을 제외하고 매일 어디선가는 완봉 경기가 나왔다는 이야기다.
30개 구단 중 완봉이 아직 없는 팀은 리그 전체 꼴찌인 콜로라도 하나뿐이다. 샌디에이고는 48승 중 13승을 완봉으로 장식했다. 디트로이트, 피츠버그 등 4개 팀이 10차례 완봉으로 그 뒤를 잇는다.
매일 완봉이 나올 만큼 투수들의 구위가 강력하다. MLB 한 구단 임원은 디어슬레틱 인터뷰에서 “아무리 말해도 부족하다. 지금은 정말로 타자들이 힘든 시대다. 20년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공을 던진다. 공 움직임이 과거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지금 MLB 투수들이 던지는 공은 괴물 같은 수준이다. 타자들이 제대로 공을 맞히는 것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MLB 투수들의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51.8㎞다. 2010년 148.5㎞와 비교하면 15년 만에 3㎞ 가까이 더 빨라졌다. 변화구는 더 무섭다. 몇 년 전 스위퍼, 그리고 최근에는 킥 체인지업 같은 새 구종이 빠르게 리그 전체에 퍼진다. 타자들이 겨우 답을 찾았다 싶으면 투수들은 곧장 새로운 문제를 제시한다. 투수들의 발전 속도가 타자들보다 훨씬 빠르다. 시프트를 제한하고, 베이스 크기를 확대하는 등 투수 강세를 제어하기 위해 리그 사무국 차원에서도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MLB뿐 아니다. KBO 역시 구위 강력한 외국인 투수들을 중심으로 이번 시즌 투고타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7일 현재까지 10개 구단 완봉 경기가 총 52차례다.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지난 시즌 전체 69차례에 이미 근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