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이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8.18. [email protected] /사진=류현주
우원식 국회의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까지 국민과 역사를 믿었다'는 자서전 마지막 구절이 자주 떠오른다. 역경 속에서도 국민을 믿고 역사의 발전을 낙관했던 김 전 대통령의 강인한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18일 밝혔다.
우 의장은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 추모사를 통해 "국민과 함께 국난을 극복한 지도자이자 국민 주권의 힘을 믿은 민주주의자였기에 남길 수 있던 말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해당 구절은 2010년 발간된 '김대중 자서전'에 실린 구절이다. 퇴임 직후인 2004년부터 김 전 대통령이 41회에 걸쳐 직접 구술한 녹취와 일기 등을 바탕으로 사후에 발간된 이 자서전은 김 전 대통령이 태어나 정치에 입문하기까지를 다룬 1권과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서거 직전까지를 기록한 2권으로 나뉘는데 해당 구절은 2권 마지막에 실려 있다.
김 전 대통령은 1998년 당시 74세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2003년 임기를 마치고 2009년 8월18일 폐렴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 부전과 호흡곤란증후군으로 향년 85세로 사망했다. 대통령 재임 중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가졌으며 이를 인정받아 같은 해 12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우 의장은 "김 전 대통령 말씀처럼 12·3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의 회오리 속에서 우리 공동체를 구한 것은 역사와 국민이었다"며 "오늘(18일) 대통령 서거 16주기 맞아 '옳은 정치는 역사와 국민 앞에 한없이 겸손해야 한다'는 점을 되새기게 된다"고 전했다.
우 의장은 "올해는 광복 80주년인 동시에 한일수교 60주년이고 6·15 남북공동성명 25주년이 되는 해"라며 "대통령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시금 깊이 새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벌써 27년이 지났지만 김 전 대통령의 취임 첫날을 잊을 수 없다"며 "(1997년 IMF 경제위기가 한창인 가운데 취임해) 부도 직전인 나라의 경제를 살려야 하는 무거운 숙제를 받아들고 한 취임 연설은 국민 고통 앞에서 아픔과 울분을 감추지 않았다"고 했다.
우 의장은 "김 전 대통령의 국민 통합 리더십은 그런 국난 속에서 더욱 빛났다. 대통령 제안으로 시작된 금 모으기는 전 세계가 놀랄 정도로 국민 참여 운동으로 발전했고 단순히 'IMF 조기 졸업'의 기적을 넘어 우리 힘으로 나라를 살릴 수 있단 자신감과 우리가 해냈다는 자부심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우 의장은 "주권 의식과 실천을 강조한 김 전 대통령 말씀처럼 IMF를 극복한 우리 국민이 그리고 지난겨울 광장에 나와 헌정 질서를 지켜낸 모든 국민이 행동하는 양심이자 진정한 영웅이었다"며 "다시는 민주주의가 역행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기틀을 단단히 세우고 국민 삶을 향상하는 정치로 민주주의 증명하겠다. 그것이 김 전 대통령의 뜻을 온전히 이어가는 길"이라고 했다.
우 의장은 "한일수교 60주년인 올해는 한일관계의 틀을 재정립할 기회"라며 "김 전 대통령이 '역사 문제는 과거만이 아닌 현재의 문제이자 미래의 문제'라고 했다. 일본의 과거사 사죄를 토대로 양국의 포괄적 협력 방안을 합의한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한일관계를 갈등과 대립에서 미래 지향적 파트너십으로 전향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이 더욱 중요해진 지금 용기 있는 결단과 원칙 있는 협력을 보여준 그 정신을 되새기고 한반도·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일본 정치인들의 전향적 자세를 요청한다"고 했다.
우 의장은 "남북관계도 쉽지 않다. 아무리 현실의 벽이 높아도 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와 통일 길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며 "길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도 우리는 이미 그 기류에 서 있다. 김 전 대통령께서 온 힘을 다해 내디뎠던 바로 그 길"이라고 했다. 또 "(북한이) 당장 호응하지 않아도 신뢰 구축을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 햇볕 정책이 안팎 시련 난관 극복하며 마침내 분단 55년 벽 넘어섰듯 대화와 협력 일관성이 한반도 미래 열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어두운 시절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싸웠고 막다른 길처럼 보이는 곳에서도 한일·남북관계 새 지평을 연 김 전 대통령의 지혜·용기·인내를 기억하며 따르겠다"며 "존경하고 사랑하는 김대중 대통령님 이희호 여사와 함께 하늘에서 저희를 지켜봐 주시고 지혜와 용기 주시라. 편히 쉬시길 바라고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