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딥테크 창업 생태계 기준은 미국 실리콘밸리를 향하면서도 이를 위한 자본은 해외 경쟁국 대비 3분의 1 수준만 투입되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창업 데스벨리를 야기하는 구조로 이어집니다.”
배현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창업원장은 딥테크 창업 초기 성장 동력 확보의 어려움을 지적하며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 원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와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 5개를 연달아 창업한 이른바 '창업 달인'이다. 2009년 KAIST 교수 부임 이후 교원 창업이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상황에서도 창업에 집중해 2010년 테라스퀘어, 2013년 오비이랩, 2016년 포인트투테크놀로지, 2021년 배럴아이 등을 각각 창업했다. 이들 스타트업은 기술 가치를 증명해 해외 인수합병 및 매각 등 성과로 이어졌다.
배 원장은 창업이 기술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인간을 위한 기술, 그것을 증명하는 과정이 창업”이라며 “논문을 통해선 지식만을 찾을 수 있지만, 창업은 기술의 산업분야 채택 과정을 비롯해 경쟁 기술에 대한 비교 분석, 분석을 통한 기술 고도화 방향 설정 등 시야를 넓힐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배 원장은 2023년 KAIST 창업원장 부임 후 기술창업생태계 조성에 집중했다. 부임 첫 해 KAIST에 도입한 '패스트프로토타이핑'(FPP) 프로그램도 이를 위한 주요 전략이다. FPP 프로그램은 KAIST 교원·학생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시제품 제작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원스톱 제공한다. 이를 통해 평균 2년 이상 소요되는 시제품 개발 기간을 6개월 내외로 줄였다.
배 원장은 “창업 초 부족한 자금과 시간이라는 리소스를 빠르게 메꿔보자는 측면에서 FPP 프로그램이 시작됐다”며 “그동안 14개 KAIST 창업기업이 지원받고, 투자 유치 및 사업 확장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배 원장은 현대 사회 주요 키워드인 '기후 위기' 또한 창업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창업계에서 기후를 아이템으로 성공에 이른 사례는 없었던 만큼 KAIST 역량을 활용해 창업화를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KAIST는 지난해 '제1회 기후테크 전국민 오디션'을 개최해 관련 아이디어를 공모한 바 있다.
배 원장은 “기후테크 오디션은 기후테크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과정”이라며 “유망기술 선별, 기술 정량화, 대규모 실증 및 투자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으로 완성해 새로운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