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건설 랜드마크]"사막에 핀 장미"…현대건설 '카타르 국립박물관', 세계 건축사 새겼다

2025-11-03

7만6000여 장 패널 조합…시공 전 과정서 BIM 적용

모래바람 속 완성된 '걸작'…현장 맞춤 시공으로 정밀도↑

[미디어펜=박소윤 기자]국내 건설사들이 경기 불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 중소건설사들은 물론 중견 건설사들까지 잇달아 쓰러지면서 외환위기 시절보다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잇단 대형사고가 발생해 건설업계의 어깨는 더욱 처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건설업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한다. 과거에도 숱한 어려움을 딛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회자되는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통해 기술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우리 건설사들이 국내외에 지은 랜드마크를 알아보면서 K-건설의 힘찬 부활을 응원해 본다. [편집자 주]

[K-건설 랜드마크]"사막에 핀 장미"…현대건설 '카타르 국립박물관', 세계 건축사 새겼다

중동 사막에는 희귀한 '모래장미'가 있다. 바닷물이 증발하면서 염분이 응결돼 장미꽃처럼 굳어진 모래 결정체다. 이 신비로운 자연물을 건축으로 재현한 건물이 바로 카타르 국립박물관이다.

'사막의 장미'를 형상화한 카타르 국립박물관은 21세기 건축의 상징으로 불린다. 기술과 예술이 절묘하게 결합돼 중동의 대표적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이 곳은 국내 건설사 현대건설의 손끝에서 완성됐다.

◆ 316장의 원형 디스크가 빚은 기하학의 예술

카타르 국립박물관은 수도 도하 중심부, 옛 왕궁 부지에 자리한다. 연면적 4만6596㎡,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로 조성됐으며, 서로 맞물린 316장의 거대한 원형 디스크가 입체적인 조형미를 구현해낸다.

건물 외관은 사막 바람 속에서 생성되는 광물 결정체 '사막 장미'에서 영감을 얻었다. 카타르 북동부 염분이 많은 사막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이 결정체는 현지에서 '행운의 상징'으로도 여겨진다.

현대건설은 직경 수십 미터에 달하는 원형판이 다양한 각도로 교차하면서 꽃잎이 겹겹이 핀 듯한 독특한 형태를 만들어냈다. 이 복잡한 곡면 구조를 구현하기 위해 7만6000여 장의 패널을 조합해 각각 크기와 곡률이 다른 원형 디스크를 제작했다. 꽃잎 하나를 만들기 위해 평균 4개월이 걸릴 만큼 정교한 시공이 요구됐다.

기둥과 벽체, 지붕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비정형 구조로 모든 부재가 서로 맞물리며 건물 전체의 하중을 분산시킨다. 설계와 시공 전 과정에서 3차원 빌딩정보모델(BIM) 기술이 적용됐는데, 당시 세계 건축사에서 'BIM 전 과정 적용'은 최초의 시도로 평가된다. BIM을 활용해 설계 오류를 사전에 파악하고, 공정 간섭을 최소화했다. 설계 도면만으로는 구현이 어려운 프로젝트를 디지털로 완벽하게 해석해 현실로 옮긴 대표적 사례다.

또한 실제 공사에 앞서 실제 건물의 3분의 1 크기 모형(Mock-up)을 제작해 구조적 안전성과 시공성을 4개월간 테스트했다. 그 결과, 곡면 간 미세한 오차를 1mm 이하로 줄이는 초정밀 시공이 가능해졌다.

◆ 혹독한 환경 속 7년 반의 도전… 무재해 신화

이 프로젝트는 2011년 9월, 현대건설이 카타르 박물관청으로부터 약 4억3400만달러(한화 약 4700억 원) 규모로 수주하면서 시작됐다.

공사 기간은 설계 변경을 포함해 7년 반.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폭염과 모래바람, 높은 습도 속에서 4000여 명의 현장 근로자가 투입됐다.

현대건설은 철저한 안전관리와 근로자 교육으로 '무재해 2000만 인시(人時)'를 달성, 발주처로부터 무재해 인증서를 받았다. 8년 가까운 장기 프로젝트에서 단 한 건의 중대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시공 과정에서도 현장 맞춤 재료를 선택했다. 사막은 특성 상 기온 차가 크고 자외선이 강하다. 현대건설은 내열성, 내습성이 우수한 콘크리트 배합을 적용, 혹독한 사막 기후에도 견딜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모든 패널에 고유 바코드를 부착해 시공 위치를 실시간 관리, 정밀도를 높였다.

◆ 예술을 품은 기술… '21세기 걸작'으로 남다

2019년 3월, 도하 시민과 전 세계 언론의 주목 속에 문을 연 카타르 국립박물관은 현재까지도 세계 건축 역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경이로운 외관만큼 내부 인테리어 또한 남다르다. 내부는 사막의 질감을 살린 모래색 곡선으로 구성됐고, 에어컨, 빔프로젝터 등 인공 장치는 모두 시야 밖에 숨겨져 관람객에게는 마치 사막 속을 거니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현재 박물관 내부에는 11개의 전시실이 자리한다. 전시관은 유목과 진주 채취 시절부터 현대 에너지 강국으로 발전하기까지 카타르의 역사와 변천사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곡선 벽면에 영상과 음향이 투사돼 '사막의 시간'을 걷는 듯한 공간 경험을 제공한다.

카타르 정부는 박물관 개관 이듬해 신권 화폐에 국립박물관 삽화를 적용할 정도로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마야사 공주의 "추진 중인 랜드마크 건물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길 희망한다"는 말에서 카타르 정부의 평가를 엿볼 수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현대건설은 조형 건축과 스마트 시공 기술에서 세계 정상급 역량을 입증했다. 기존 시공 한계를 넘어 예술적 감성과 구조공학을 결합한 새로운 건축 영역을 개척한 셈이다. 이후에도 해외 건설 시장에서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며 대형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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