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오카야마현 가모가타역에서도 외진 곳에 위치한 교토대 오카야마 천문대. 이곳에는 인근 산에서 별을 보며 점을 쳤다는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의 이름을 본떠 지은 동아시아 최대 망원경 ‘세이메이’가 자리하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 마주한 세이메이 망원경은 직경 3.8m 은색 거울과 이를 덮고 있는 거대한 회색 돔의 위용 때문에 보는 것만으로도 경외를 불러일으켰다. 기자가 리모컨으로 세이메이 망원경을 직접 조작하자 거대한 철조물이 웅웅 소리를 내며 상하좌우로 빠르게 움직였다. 기노 마사루 교토대 오카야마 천문대 소장은 “교토대에서 개발한 고유의 경량화 기술로 빠르게 별의 돌발 현상을 쫓을 수 있다”고 전했다.
세이메이 망원경 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1998년부터다. 1960년 설치된 직경 1.88m의 오카야마 망원경이 노후화되자 교토대에서 3.8m급의 망원경을 만들자는 구상이 나왔다. 교토대 내부에서는 독립적인 대학 망원경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다. 여기에 일본 천문학회 ‘광학적외선천문연락회’의 지원까지 더해졌다.
이후 일본 천문학계 최초로 본격적인 민간자금이 투입되면서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2005년 교토대 우주물리학과를 졸업한 기업가 후지와라 히로시 브로드밴드타워 회장이 거액의 연구비를 지원해 세이메이 망원경의 핵심인 경량 구조와 분할 주경 기술 등이 완성됐다. 일본 정부도 지원 필요성을 인식해 10억 엔(약 92억 원) 이상을 투입했다. 완공 시점이 2018년 7월로 총 20년이 걸렸다. 현재 1년의 절반은 교토대가, 절반은 일본 국립천문대가 각각 이용한다. 세이메이 망원경은 2019년 본격 가동한 직후 적색 왜성 ‘AD 레오니스’에서 태양보다 20배 더 강력한 ‘슈퍼 플레어’를 관측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세이메이 망원경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점 또한 주목할 부분이다. 교토대는 상·하반기에 1회씩 교토대 학생들과 연구자들에게 공모를 받아 자유롭게 망원경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교토대 학생의 경우 연 2회 모두 공모할 수 있으며 지원자가 정원의 1.5~2배 수준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같이 대학이 중심이 된 천문학 분야 대형 연구 장비 구축은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다. 우선 국내에서는 3m 이상의 대형급 망원경 자체가 없다. 국내 최대 직경 망원경은 경북 영천 소재 보현산 천문대 망원경(1.8m)이며 대학 소유 망원경의 가장 큰 직경은 충북대·서울대 천문대 망원경으로 1m에 불과하다.
예산 제약으로 이 같은 필요 장비를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도 여럿이다.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 기초과학공동기기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공동기기원에서 대학본부에 기기 구매를 신청한 건수는 175건이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진 사례는 20건(11.4%)에 그쳤다. 반면 기기 예약 건수는 매년 늘어 2015년 9183건에서 2024년 1만 4677건으로 약 60% 증가했다.




![[르포]'SK AI데이터센터' 건립 속도…시공부터 에너지·냉각까지 그룹 역량 총집결](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0/31/news-p.v1.20251031.b37fc82a739b4c198761baa4897aec4c_P1.jpg)

![[K-건설 랜드마크]"사막에 핀 장미"…현대건설 '카타르 국립박물관', 세계 건축사 새겼다](https://image.mediapen.com/news/202511/news_1054493_1762133469_m.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