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농어업은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과거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시장개방의 위기를 넘어, 이제는 해외시장 개척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다. 지난해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역대 최고인 129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올해에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출 품목도 농수산식품뿐 아니라 스마트팜 기자재, 농기계, 동물용 의약품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또한 스마트농어업의 확산과 인공지능(AI), 푸드테크 등 첨단기술 도입, 농식품 산업의 글로벌화는 농어업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하지만 농어업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농가의 고령화와 인력 부족, 기후위기, 보호무역 기조 등 다양한 요인이 지속적으로 농어업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다. 어떤 산업과 조직의 경쟁력은 사람의 창의성과 역량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단기간에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앞선 세대의 뜨거운 교육열과 이를 바탕으로 길러진 인재들의 역량이 있다.
정부는 WTO 체제 출범 이후 농어업 인재 육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1997년 한국농업전문학교(현 한국농수산대학교, 이하 한농대)를 개교해, 후계농업인 제도와 청년 영농정착지원제도, 스마트팜 정책자금, 농지은행, 농어촌 복지 등 다양한 정책을 도입해왔다.
1997년 문을 연 한농대는 국립 농어업 특성화 대학으로, 지금까지 약 8000명의 농어업 전문 인력을 배출했으며, 이들 대다수가 농수산 현장에서 혁신의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2024년말 ‘차세대 농어업경영인 대상’의 농업 및 수산부문 대상 수상자가 한농대 졸업생이라는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농업부문 대상 수상 졸업생은 풋유자의 저장 방식을 고안해 비수확기에도 안정적인 소득을 창출했고, 수산부문 대상 수상 졸업생은 질병에 강한 흰다리새우 무병 종자를 생산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특히 영농 기반이 없는 졸업생들이 한농대에서 배운 지식과 정부의 정책을 활용해 성공적으로 창업한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다른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여성은 한농대 졸업 후 토마토 스마트팜을 창업하고, 청년농민 양성에도 참여하고 있다. 또 다른 졸업생은 다른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다가 한농대를 졸업하고, 육묘 택배 활성화가 안된 점에 착안해 육묘 택배상자를 개발하고 사업화에 성공했다.
이처럼 한농대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이 있는 청년들이 미래 농어업의 주역으로 성장하도록 힘껏 뒷받침하고 있다. 농어업 전문지식과 현장 실무교육을 연계하는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해왔다. 창업 설계, 디지털 교육, 경영과 리더십 등 시대와 수요에 맞는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경영역량을 키우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발굴해 지원하고 있다.
한국 농어업의 미래는 지금 이 시대 청년들의 손에 달려 있다. 첨단기술의 도입과 스마트팜 확산, 농수산식품 수출확대 등으로 농어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는 지금, 정부와 산업계, 교육기관 등이 청년 인재 육성에 대한 관심과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한농대는 청년 한사람 한사람이 미래 농어업을 이끌어갈 ‘씨앗’이라는 마음으로, 이들이 현장에서 튼튼히 뿌리내리고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해나갈 것이다. 지금 우리가 정성껏 키우는 청년 인재가 내일의 한국 농어업을 꽃피우고 세계로 뻗어 나가는 힘이 될 것이다.
이주명 한국농수산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