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주자들이 내놓은 공약 중에서 가장 큰 차이점이 나타나고 있는 분야가 바로 국가 전력을 다루는 에너지 분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재생에너지를 근간으로 ‘햇빛·바람연금’을 내세우고 있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전력 생산에서 원전 비중을 60%까지 높여 전기요금을 반값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느 쪽이든 지나친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 국가전력망 안정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력망 확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지역 이기주의 해소 방안에 대해 두 후보 모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것도 공통점으로 볼 수 있다.
20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후보는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폐쇄하고 햇빛 연금을 확대하는 한편 농가 태양광 설치로 주민 소득을 증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2040년까지 한반도에 U자형 에너지고속도로를 짓겠다는 공약도 공개했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기본소득의 에너지판인 햇빛 연금 확대 공약이다. 현재 전남 신안군에서는 주민들이 1만 원을 내고 협동조합에 가입하면 분기마다 1인당 10만~68만 원의 연금을 받고 있는데 이를 전국으로 확대해보자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남 신안군은 수년 전부터 태양광발전소를 통해 주민들에게 총 22억 원을 배당했다”며 지역 활성화와 기본소득의 실현 모델로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햇빛 연금에 대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서 당장 수익이 나는 것처럼 보여도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전력망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을 누군가는 메꿔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한국전력이나 국고 부담으로 돌아가 전체 전력 소비자의 부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미 한전은 2021년 기후환경요금 항목을 신설한 후 매년 3조 원 이상을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비용으로 쓰고 있으며 해가 갈수록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햇빛 연금은 연금의 형태로 포장했지만 전 국민의 전기요금을 더 걷어 특정 지역의 주민에만 나눠 주겠다는 얘기”라며 “지속 가능한 모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가 원자력발전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는 최근 열린 첫 대선 토론회에서 “에너지 정책에 관해서는 ‘원전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고 판단할 수 없다”며 명시적 언급을 피하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에너지고속도로 공약 역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장 동해안 전력고속도로 건설 지연 등 현안 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전력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전과 하남시 간 동서울변환소를 둘러싼 갈등에 경기지사를 지낸 이 후보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문수 후보의 에너지 정책은 원전을 중심으로 에너지믹스를 설계해 윤석열 정부의 연장선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 후보는 10대 공약에서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대형 원전 6기를 차질 없이 추진하며 한국형 소형모듈원전(SMR)을 상용화하겠다고 명시했다. 현행 32.5%인 원자력발전 비율을 60%(대형 원전 35%, SMR 25%)까지 높이겠다고도 했다. 다만 목표 달성 시점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원전 비중 60%는 원자력학계가 제시한 50%를 10%포인트나 상회하는 수준으로 대형 원전보다 유연한 탄력 운전이 가능한 SMR의 도입을 감안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MR은 아직 실증조차 이뤄지지 않았는데 반(反)이재명을 위해 지나치게 의존도를 높였다는 얘기다. 유 교수는 “대형 원전은 아무리 일러야 부지가 확보되고 나서 25년이 걸리는데 아직 부지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며 “한국형 SMR 기술 개발에 성공할지 말지도 모르는데 이를 무작정 늘리겠다는 것도 너무 앞서나간 얘기”라고 했다.
결국 원전 건설이 해결되지 않으면 김 후보의 반값 전기료 공약도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산업용 전력 판매 단가는 2022년 1분기 ㎾h당 108.1원에서 2025년 1분기 182.8원으로 69.1% 뛰어 오른 바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든 원전이든 그 비중이 전력원의 50% 이상으로 올라가면 전력망에 부담 요인이 된다"며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 4~5년 내 국가 대정전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