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현지시간) 열린 US오픈 남자 테니스 휠체어 단식 결승전. 마지막 3세트에 세트스코어는 6-6 접전이었다. 반복되는 타이브레이크, 상대 선수가 한 포인트만 따내면 내주게 되는 경기였다. 네 차례나 챔피언십 포인트 핀치에 몰렸지만, 19살의 세계 랭킹 1위는 흔들리지 않았다. 혼신의 힘을 실어 상대가 날린 서브를 맞받아쳐 사이드 라인에 정확히 꽂아넣는 신들린 듯한 리시브를 보여줬다. 결국 자신의 챔피언십 포인트로 끌고 가 리턴 에이스로 승리로 장식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세트스코어 2-1의 짜릿한 승리, 일본 남자 테니스 휠체어 단식의 오다 도키토(小田凱人·19)가 US오픈을 거머쥐었다. 4개 메이저 대회를 우승하는 그랜드슬램은 물론, 지난해 파리 패럴림픽 금메달까지 더한 '골든슬램'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남녀 부문 통틀어 휠체어 테니스에서 골든슬램을 달성한 선수는 오다가 4번째이다.
상대 선수는 이번 대회 복식 우승을 함께 달성한 파트너이자 세계 4위인 아르헨티나의 구스타보 페르난데스 선수였다. 오다는 페르난데스에게 상대 전적도 10승 2패로 앞서 있었고 1세트도 6-2로 이기며 골든슬램에 다가서는 듯했다. 하지만 2세트에서 5게임을 연속으로 내주며 3-6으로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세트를 내주더니 3세트는 6-6으로 팽팽하게 맞서다 챔피언십 포인트 찬스를 상대에게 내주며 위기에 내몰렸다.
NHK에 따르면 오다는 지난해 패럴림픽 금메달 이후 자신의 기술을 향상하고자 골든슬램 달성이 걸린 이번 US오픈을 겨냥해 라인 가장자리로 샷을 꽂아넣는 연습을 반복했다고 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자기 자신을 몰아붙였다고 할 만큼 연습했다고 한다. 공격적인 자신의 스타일을 더 갈고 닦는 방식으로 상대가 휠체어를 탄 채로는 반응이 어렵다는 점을 노린 승부수였다.
경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승부처에서 어떻게 그런 샷을 구사할 수 있었냐는 질문을 받자 오다는 이렇게 말했다.
"결정적 장면에서 두차례 나온 '다운 더 라인(상대방의 서브를 사이드라인과 평행하게 되돌려보내는 샷)'이 기억에 남습니다. 어떤 순간에도 나 답게 경기하면 괜찮다고 믿어요. 정말 최고의 경기라고 자부합니다."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도 자신이 연습해온 예리한 샷을 믿고 해냈다는 것이었다.
아이치현(愛知) 출신인 오다는 9살 때 왼쪽 다리에서 골육종이 발견됐고 이후 의사의 권유로 휠체어 테니스를 시작했다고 한다. 38살이던 지난 2022년 윔블던에서 우승하며 일본 선수로는 첫 생애 골든 슬램을 달성한 휠체어 테니스의 전설, 구니에다 신고(国枝慎吾)의 압도적인 모습에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2년 전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에서 사상 최연소인 17세 1개월로 우승한 뒤, 지금까지 프랑스오픈 3연패, 윔블던 2회, 호주오픈 1회를 거머쥐었다. 지난해 파리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을 때도 최연소인 18세 4개월이었다.
상승세를 이어가며 골든슬램까지 이뤄냈지만, 그는 휠체어 테니스를 메이저 스포츠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관객들이 봐주러 올만큼 수준 높은 경기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이번 US오픈 휠체어 부문 여자 단식 결승에서도 일본은 세계 랭킹 1위인 가미지 유이(上地結衣·31) 선수가 3위 중국의 리 샤오후이 선수를 꺾고 3번째 우승을 달성했다.